문화/생활
정유년(丁酉年) 설날을 맞았다. 사람들은 밤을 지새우며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을 찾을 것이다. 설날의 설렘, 고향에 대한 애틋함, 그리움…. ‘설날’에는 향수(鄕愁)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정유년 정월 초하루, 최대 명절 설날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즐기자. 탈북자처럼 고향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서울의 한 방송국에 근무하는 40대 지인에게 “설날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고민하지도 않았다.
“설빔, 떡국, 까치.”
몇 년 전 자료(2012)지만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성인 남녀 75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날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교통체증(27.8%)이었고, 그다음으로 세배와 덕담(26.1%), 떡국(16.4%) 순이었다. 순서만 다를 뿐 지금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까치가 등장하는 동요 ‘설날’을 부르며 설을 반겼고,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도 밤을 지새우며 고향을 찾았고, 설날 아침에는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가족 친지에게 세배하고 떡국을 먹었다.
고향을 향한 깊은 정, 민족 대이동
설문조사에 나온 것처럼 ‘설날’ 하면 ‘교통체증’이 떠오른다는 것은, 고향을 등지고 살다 설날을 맞아 부모님이 계시는 혹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다시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귀소본능일 것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산다. 서울 인구는 2015년 말 기준으로 1030여만 명이다. 출신 지역별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 출신이 46.5%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호남 15.7%, 영남 12.7%, 충청 9.9%, 경기 7.9%, 강원 3.5% 순이다(2010년 인구센서스 통계).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 세대가 서울에 정착해 살면서 자녀 세대들은 부모와 달리 서울을 고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설날이면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대거 이동한다. 그야말로 ‘민족의 대이동’이다.
작가들의 고향 이야기를 다룬 책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리움이다〉에서 소설가 복거일 선생은 “고향이라는 말에는 ‘오래됨’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찬찬히 살펴볼 만한 점은 우리가 고향에 대해 친근한 감정을 품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고향에 대해 아주 깊은 정을 품고 늘 고향의 포근함을 그리워한다. 일찍이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난 이들도 고향에 대해 평생 그런 감정을 품는다. 힘든 처지에 놓이거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고향을 찾는다.”
명절임에도 고향이나 가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이 대표적이다. 고향을 지척에 둔 그들의 그리움이란 설날이면 더욱 클 것이다. 혈육, 가족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 같은 처지가 아니라면 탈북민의 심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설날의 향수와 새로운 트렌드
2016년 11월 기준으로 한국에 온 탈북민은 3만 명을 넘었다. 연평균 1000명 이상이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2009년에는 3000여 명에 달했다. 탈북 동기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는 이른바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삶의 질이나 자식 교육을 위한 ‘이민형 탈북’이 늘고 있다. 2016년 4월 중국에서 일하던 북한식당 여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과 같은 해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이 그런 경우다.
다문화가정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결혼이민자 수는 15만 명을 넘었다. 이 중 13만여 명이 여성이다. 국적별로는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사람이 많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조금씩 늘고 있다. 2016년 9월 현재, 외국인 거주등록을 한 이는 110만여 명이다. 중국 국적이 55만 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13만 명, 필리핀 4만 5000명 순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경기도(약 37만 명)와 서울(27만 명)이다.
‘설날 이미지’는 세대 간 차이가 있다. 1950~196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지금의 60~70대 이상에게는 고생했던 시절의 ‘설날’이 가슴속 추억으로 서려 있다. 의사 출신 수필가 이주성 씨는 자신의 책 〈향수〉에서 이렇게 썼다.
“어릴 적 설 전날에는 가난한 산동네 아이들도 가슴이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밤새 한 벌밖에 없는 아이들의 옷과 양말의 구멍 난 곳에 천을 대고 기우고 깨끗하게 다리미질을 한다. 새 옷이나 기차표, 운동화를 사 오시는 날은 가슴이 터질 듯 만세를 부르고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부모님은 없는 돈에 떡과 나물을 준비하고 동네 아이들에게 줄 세뱃돈을 준비한다.”
경제적 번영 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설날을 ‘연휴’로 인식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주성 씨는 “반세기가 흐른 지금의 설날은 공휴일일 뿐이며, 풍요로움은 엄마의 정성을 사라지게 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앗아갔다”고 한탄했다.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7%에 달하는 요즘, 청장년을 중심으로 설 명절을 재충전, 여행, 여가 활동으로 보내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적 형식은 달라지겠지만 설날이 가져다주는 따뜻함과 그리움은 여전하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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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