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더 이상 못 먹겠다며 쓰러지는 사람들 틈에서도 그는 "너무 맛있다"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선 '지옥불 돈가스'로 불리는 매운맛이 강한 돈가스를 아무렇지 않게 먹어 다른 출연자들을 경악케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런 딸의 건강이 걱정이라며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
맵닭→불닭→엽닭… 매운맛 갈수록 진화
매운 '통증' 완화하려 인체는 엔도르핀 분비
김 씨와 같이 강한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매운맛 중독이다. 갈비찜, 치킨, 냉면에서부터 최근에는 햄버거, 과자, 생선 통조림까지 음식점과 마트에는 매운맛을 강조해 '화끈한', '불', '맵', '엽기', '지옥'과 같은 이름을 붙인 음식들이 넘쳐난다. 매운맛을 단계별로 제공하는 음식점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닭 요리 전문 음식점에선 '맵닭', '불닭', '엽닭' 순으로 매운맛을 강화하고 있다.
한 라면 회사는 최근 시중에 판매 중인 라면들의 매운 정도를 평가했다. 매운맛의 척도인 스코빌지수를 조사한 결과, 10여 년 전 가장 매운 라면의 스코빌지수가 2700이었던 데서 현재는 8557까지 올라갔다. 갈수록 더 자극적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사람들은 매운맛 음식과 식당 정보를 모아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매운맛 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즐기기도 한다. 이들은 먹기 힘든 강한 매운맛을 선보이는 곳을 '맛집'으로 평가한다.
▶ 매운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갈비찜, 치킨, 냉면에서부터 최근에는 햄버거, 과자, 생선 통조림까지 음식점과 마트에는 매운맛을 강조해 ‘화끈한’, ‘불’, ‘맵’, ‘엽기’, ‘지옥’과 같은 이름을 붙인 음식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갈수록 사람들이 매운맛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한국식품연구원은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따라서 혀가 매운맛을 느끼면 뇌가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통증을 중화시킨다. 이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적당량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과식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황일수록 매운맛을 찾게 된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셈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위 점막 보호와 항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캡사이신을 쥐에 투여했을 때 알코올과 약물로 손상된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인 것이다. 또한 캡사이신이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운맛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캡사이신은 체지방을 연소시키며, 후추 속의 피페린은 혈중 지방을 낮추고 지방세포의 증가를 억제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것은 캡사이신이 지방을 태우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국민 5명 중 1명 소화계통 질환 앓아
매운 음식 과잉 섭취 암 발생률 높이고 비만 불러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매운맛을 적당히 즐길 때만 나타난다. 매운 음식을 자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위 점막을 자극하고 위벽이 얇아져 위염이 생기기 쉽다. 2014년에는 캡사이신을 과잉 섭취하면 면역세포를 억제해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또한 매운 음식은 소금이나 설탕 등의 조미료와 함께 요리하게 되므로 매운 음식을 먹는 게 오히려 비만을 부를 수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글라라 가정의학과 교수는 "캡사이신을 많이 섭취하면 역류성 식도염과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부작용을 일으켜 위암 발병률을 더 높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1000만 명)이 위염,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등의 소화계통 질환을 경험했다. 심평원은 그 원인으로 불규칙한 식습관, 음주, 흡연, 스트레스와 함께 자극적인 음식, 즉 맵고 짠 음식 섭취를 지적했다.
심평원은 "최근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 속 쓰림, 가슴 쓰림, 산 역류,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지속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소화계통 질환이 만성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운 음식을 먹은 뒤에는 차가운 음식을 피해야 한다. 차가운 물을 마셨을 때 매운맛이 가시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혀의 순간적인 마비 현상일 뿐이다. 차가운 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매운맛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밥이나 식빵, 우유나 달걀 노른자가 매운맛을 씻는 데 효과적이다. 겨자나 고추냉이 등의 순간적인 매운맛은 콧등을 문지르면 중화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 체크하는 매운맛 중독 테스트
• 완성되어 나온 음식에 고춧가루를 일부러 더 넣는다.
• 간이 심심하거나 색깔이 허여멀건한 요리는 맛 없게 느껴진다.
• 양념 없이 데치거나 구운 요리, 생요리를 양념장 없이 못 먹는다.
•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손꼽는다면 매운 메뉴다.
•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다.
• 매운 음식을 잘하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 매운맛 단계가 있는 식당에서는 높은 단계를 고른다.
• 일주일에 한 번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 위장 관련 질병이 있지만 매운 음식을 끊을 수 없다.
※ 위 문항에 2개 이상 해당하면 적당히 매운맛을 즐기는 수준이다.
5개 이상 해당하면 매운맛 중독으로 미각이 마비된 상태로 볼 수 있다.
7개 이상 해당하면 매운맛 중독이 위험 수준인 상태로 위 건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 자료 ·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음식바로알기연구소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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