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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리랑은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이자 한민족의 문화표상이다. 그 창조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접근하는 시각도 통합 또는 통섭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 노래는 마치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이 차지하는 것과 같은 비중이다. 다른 것들은 주변적인 노래일 뿐이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구한말 조선 조정의 고문관으로 이 땅을 밟은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1863~1949)가 쓴 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언급된 ‘이 노래’는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한민족(韓民族)의 삶과 정서가 녹아 있는 민요이자 서사시이며 우리의 문화표상이다. “모국어는 잊어버려도 아리랑 리듬은 잊지 않았다”는 해외 동포의 말처럼 아리랑은 한민족의 교향곡이자 유전자다. 민초(民草)들의 희로애락과 염원이 담긴 아리랑은 여러 세대에 걸쳐 생명력을 더하며 전승돼왔다. 그래서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아리랑을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아리랑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대회 공식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세계에 알려졌고, 이후 세계가 인정하는 한민족 문화의 제1 상징이 됐다. 한국 전통음악을 연구한 일본인 구사노(草野妙子) 씨는 “맑은 공기에 잘 어울리는 한국 사람의 독특한 소리로, 목침 반주를 곁들여 부르는 아리랑 노래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멋이 있다”고 감탄했다.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고, 2015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국제문화재단이 ‘한국문화선집’ 시리즈로 펴낸 <한국의 아리랑 문화>에서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는 “아리랑은 세계 백 수십 나라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이 다 함께 사랑하는 노래이며, 부르면서 울고 웃는 민족의 문화이고 정서의 활화산”이라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리랑은 민족의 민요일 뿐만 아니라 서사시로서 문학이며 어떤 장르와도 결합하는 한국 문화의 씨앗이다.

“조선 사람은 즉흥곡의 명수이자 위대한 시인”
아리랑의 기원에 대해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대체로 고려시대까지 올라가는데 그 내용이나 운율 측면에서 궁중의 아악, 양반 사대부의 시조나 판소리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의 ‘아리랑’은 근대 이후 민초들이 즐겨 불렀던 ‘민중음악’의 성격이 강하다. 1865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전국에서 동원된 일꾼들 사이에 유행한 대표적인 노래였다고 한다.


근대 이후 아리랑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자료는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직접 채록한 악보이다. 그는 “포구(浦口)의 어린애들도 부르는 노래 아리랑은 조선 사람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노래이며, 조선 사람은 즉흥곡의 명수로, 바이런이나 워즈워스에 못지않은 시인들”이라고 했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소설과 영화(나운규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됐다.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아리랑. 그 대표적인 정서는 바로 슬픔이다. 심금을 울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에 슬픔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김산(金山, 본명 장지락)은 자신의 책 <아리랑>에서 이렇게 썼다.


“조선에는 민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통받는 민중들의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노래다. 심금을 울려주는 아름다운 옛 노래다. 심금을 울려주는 미(美)는 모두 슬픔을 담고 있듯이, 이것도 슬픈 노래다. 조선이 그렇게 오랫동안 비극적이었듯이, 이 노래도 비극적이다. 아름답고 비극적이기 때문에 이 노래는 300년 동안이나 모든 조선 사람들에게 애창되어왔다.”


김산은 ‘슬픔의 민요’로서 아리랑에 주목했다. 그는 “심금을 울려주는 아리랑의 아름다운 선율에 슬픔이 듬뿍 담겨 있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 광장에서 탈북 청년과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아리랑을 합창중

 ▶ 2016년 7월 2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서 탈북 청년과 KEB하나은행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하나통일원정대’가 ‘아리랑’ 등을 합창했다. ⓒ조선DB


그러나 아리랑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다. 기뻐서 눈물이 나는 기쁨의 노래이기도 하다. 김태준 교수는 “진도아리랑처럼 아련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래가 있는가 하면 밀양아리랑, 서도아리랑, 단천아리랑 등은 곡 자체가 흥겹다”며 “아리랑에는 슬픔과 기쁨이 함께 있어 애환의 가락이라 일러왔다”고 했다.

또한 “지역마다 다른 아리랑이 있고, 부르는 사람마다 다른 아리랑, 다른 정서의 아리랑이 있다. 이렇게 수많은 아리랑이 있고, 슬프고도 기쁜 노래라는 점에서 아리랑의 영원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는 노래, 체념이 있는가 하면 결코 체념할 수 없는 끈기의 노래, 눈물이 있는가 하면 기쁨이 있는 노래, 슬프면 슬퍼서 부르고 기쁘면 기뻐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인 것이다.

프랑스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아이돌

▶ 2016년 6월 2일 프랑스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 문화공연에서 방탄소년단과 아이오아이 등 공연단이 열띤 아리랑 연곡을 열창했다. ⓒ연합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정신’
1979년부터 아리랑을 연구해온 김연갑 선생은 “아리랑은 음악이자 문학이며 또 역사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아리랑’이라는 용어는 그 쓰임과 의미가 다양하다.


협의의 아리랑은 소리, 노래, 음악으로서의 아리랑을 말한다. 아리랑의 종류와 내용으로 구분할 때 50여 종에 6,000수가 있다고 한다. 지역명, 기능, 후렴의 음가, 음악적 특성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광의의 아리랑은 백두대간 중앙 강원과 경상권의 메나리(‘미 솔 라 도 레’의 5음 음계)조 ‘아라리’를 그 연원으로 하는 소리 장르와 여기서 확산된 문화 현상을 포함한다. 광의의 아리랑은 민족 상징까지 내포하고 있다.

아리랑 영화 포스터와 배경인 강원도 정선군 일대

 ▶ 아리랑 영화 포스터와 아리랑 음원 채록 장면. 맨 아래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인 강원도 정선군 일대.


김연갑 선생은 아리랑을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하나의 ‘정신’으로 본다. 아리랑 정신에는 부조리에 대한 저항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대동단결과 화합, 그리고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상생의 정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 전통성과 넓은 보편성을 지닌 아리랑은 과거형이 아니고 진행형”이라며 “아리랑의 창조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무한히 확장될 것이고, 따라서 접근하는 시각도 통합 또는 통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구│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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