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W건설과 K건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00만 원을 부과했다. W건설은 2013년 하도급업체에 공장 신축공사를 위탁한 뒤 하도급 대금 3억4000만 원과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를 주지 않았다. 또 K건설은 2012년 수급사업자와 기숙사 건물 공사계약을 맺은 뒤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9600만 원 줄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에 대해 하도급업체에 미지급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하고 각각 2400만 원과 1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 대형건물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비일비재하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납품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거나 60일을 초과해 지연 지급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 현금결제비율 미준수, 어음할인료 미지급 등은 대표적 하도급 불공정 거래로 꼽힌다.
기업은 경제 활동 규모가 커지고 사업 구조가 복잡해지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 활동을 도모하게 된다. 이때 기업(원사업자)이 자신의 생산 활동 일부를 다른 기업(수급사업자)에 위탁하고, 그 기업은 이를 생산해 위탁한 기업에 납품하는 행위가 이뤄지는데 이를 '하도급 거래'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 납품업체는 계약 체결, 단가 결정 등을 할 때 자기 의견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바로 '하도급 거래 공정화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다. 법 적용 대상이 되는 원사업자는 중소기업이 아닌 사업자로서 중소기업에 제조 등을 위탁한 자, 또는 중소기업 중에서 직전 사업연도의 연간 매출액(건설 분야에서는 당해 연도 시공능력 평가액)이나 상시고용 종업원 수가 위탁을 받은 중소기업보다 많은 중소기업자로서 그 다른 중소기업에 제조 등의 위탁을 한 자이다.
중견으로 성장한 기업
하도급법 적용서 벗어나 어려움
문제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하도급법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는 원사업자로서 하도급 대금을 6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지만 정작 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받을 때는 60일을 경과해도 되기 때문에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 법률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 상정을 앞둔 상태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는 제조 위탁, 수리 위탁, 건설 위탁, 용역 위탁 등 4가지 유형이다. 하도급법의 규제 내용에는 원사업자 의무사항, 원사업자 금지사항, 발주자 및 수급사업자 의무사항 등이 있다. 원사업자 의무사항으로는 '서면 교부 및 보존 의무'와 '하도급 대금 등 지급 의무' 등이 있으며, 원사업자 금지사항은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금지', '부당한 위탁 취소·수령 거부·반품·감액 금지', '부당한 대물변제 금지' 등이다.
발주자의 의무사항도 있다. 수급사업자는 발주자에게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데 파산, 인허가 취소 등으로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다. 또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경우,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의 2회분 이상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해당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 설치 현황

* 신고센터 총괄 : 본부 제조업하도급개선과(044-200-4603)
수급사업자에게도 의무는 있다. 서류 보존 의무, 건설공사 계약이행 보증 의무, 신의칙 준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협조 거부 의무등이다. 하도급 거래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단체에 설치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등 13개 곳이다. 여기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로 이첩된다.
이를 보완할 제도도 마련돼 있다. 공정거래협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정착을 위해 하도급 대금 지급, 기술 지원 및 개발 등 역량 강화를 각각 약속하는 제도다. 공 정위원회가 그 이행사항을 점검·평가해 직권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게 된다.
'기술자료 예치제'는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제3의 기관에 예치하고 중소기업이 미리 합의한 요건(납품업체의 도산 등)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대기업에 제공하는 제도다. 또한 부처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하도급법 상습 위반 업체 및 우수 업체 명단을 각 부처에 통보하면, 해당 부처에서 이를 토대로 불이익을 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벌점 누진제'는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게 시정조치 유형별로 벌점을 부과하고 누적 벌점이 기준 이상이 되면 관계기관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영업 정지를 요청하는 제도다.
하도급 거래에서 법 위반이 확실시되면 불공정 거래를 한 기업에 행정적 제재(시정조치와 과징금)와 벌칙이 부과된다. 하도급법 제25조에 따라 원사업자나 발주자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게 하거나 법 위반 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고, 기타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명령하게 된다. 또 하도급법 제25조 3항에 따라 원사업자, 발주자 및 수급사업자에게 관련 하도급 대금의 두 배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글 · 두경아 (객원 기자) 2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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