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과밀 응급실, 집단 병문안 문화 바꾸자"

이번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2차 감염자에 이어 3차 감염자까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 가운데 병원 구조(환기시설, 응급실, 다인실 등)와 병문안 문화 등을 손꼽고 있다. 의술은 선진국이지만 시스템은 후진국인 우리의 민낯을 보여준 것.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 구조의 문제가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선 6월 11일 현재 55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2차 감염자 수인 37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우선 삼성서울병원처럼 대형병원엔 항상 응급실이 만원이다. 그곳엔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들도 환자 옆에서 간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대개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이 돌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환자가 병실이 나기를 기다리면서 복도에 눕거나 가족이 같이 밤을 새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바로 ‘응급실 과밀화’라는 국내 의료 환경을 대표했다. 수많은 메르스 감염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입원했던 14번 환자는 그곳을 찾은 9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 물론 초기 대응이 부실했지만 이틀 동안 응급실로 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든 결과로 볼 수 있다.


1

▷서울 지역 메르스 환자 거점 치료병원인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병원 내 감염 예방 시스템 개편 시급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무조건 큰 병원 응급실부터 찾는 잘못된 의료 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 응급실에선 보호자 수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응급실 입구에서 본격적인 의료가 시작되기 전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격리부터 시키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국내 4~6인실 등의 다인실도 문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소병원, 동네의원 154곳 중 6인실이 502개, 5인실 389개, 7~10인실 354개 등의 순으로 다인실이 많았다.

1, 2인실에 비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하루 병실료가 1만원 이하로 싸서 환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명의 감염자가 최대 9명의 환자에게 옮길 수 있다. 또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위한 환기, 통풍, 온도 유지 시스템에 대한 기준이 현행 의료법에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뿐만 아니다. 메르스 확산에는 가족이 간병하고 인원수 제한없이 병문안을 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만 걸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진자 중에는 환자의 가족, 보호자, 간병인, 병문안 방문자까지 상당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병원이 1, 2인실로 구성돼 있다. 가까운 태국이나 인도의 유명한 병원들도 1, 2인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메르스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에서는 병실 출입과 시간이 엄격히 통제되고, 간호는 가족이나 간병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간호사가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의료비용이 비싼 단점은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28개 병원(민간 9, 공공 19)에서 그리고 현재는 27개 병원(51병동, 2432병상)에서 간병인 제도의 일종인 포괄 간호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가족 방문 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글 ·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 의사) 2015.6.15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