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동네 운동회.’
이름이 정겹다. 1980년대만 해도 운동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축제의 장이었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운동회에서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웠다. 박 터뜨리기, 줄다리기 등 운동 종목도 다양했고 먹을거리도 넘쳐났다. 요즘은 바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참여하지 않는 소운동회나, 학부모들이 참여해도 급식만 먹고 부랴부랴 헤어지는 운동회가 태반이다.
“옛날 가을 운동회는 온 마을의 축제였지요. 동네 운동회가 주민과 학생 모두의 건강을 챙기는 운동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 윤인섭 사무관은 100세 시대에 생활체육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우리 동네 운동회’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운동이 중요한 것은 세 살 아이도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즐겁게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변변한 시설이 없다면, 선생님이 없어서 배울 수 없다면, 운동 한번 하려면 마을 밖으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면 운동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하지만 운동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된 ‘스포츠 버스’가 찾아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4년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산골 오지마을로 ‘찾아가는 우리 동네 운동회’를 개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 동네 운동회’는 같은 해만 십일회 열렸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은 운동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들썩였다.
“운동회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정말 설?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력에 ×표를 하면서 기다렸어요. 운동회에서 축구선수와 연예인을 만난 것은 꿈같은 일이었고 정말 신난 하루였어요.”
인천 강화군 대월초등학교 구제호 군은 K리그 소속 축구선수들에게 드리블하는 법을 배운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올해도 운동회는 3월부터 12월까지 계속 이어진다. 한겨울만 빼고 스포츠 버스는 계속 달리고, 알차고 행복한 ‘우리 동네 운동회’도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나눔의 기쁨, 스포츠 버스 “빵빵!”
스포츠 버스는 움직이는 체육관이다. 산간 벽지 아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이 버스는 출발부터가 뜻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이 K리그 구단 임직원, 코칭 스태프, 선수 등의 급여 1퍼센트를 모은 기부금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기부금으로 45인승 버스 2대를 구입해 국민생활체육회에 기증한 것이 출발점이다. 국민생활체육회는 이 버스를 축구 등 간단한 운동 장비를 갖춘 ‘움직이는 체육관’ 형태로 개조하고, 운동 장비를 싣고 전국의 도서, 산간 오지 초등학교를 찾아가 ‘찾아가는 우리 동네 운동회’를 개최했다. 스포츠 버스에는 운동 장비 외에도 미디어존, 체험존, 체력 측정존, 디지털 전시존 등이 갖춰져 있어 그 안에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스포츠 버스에서 받은 검사로 친구들이 비만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체지방을 2킬로그램 정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울산 강동초등학교 김태정 군은 전교생이 스포츠 버스에 올라 인바디 검사를 받은 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현대축구단 김승규 선수는 “1퍼센트의 작은 기부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어린이들과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년 스포츠 버스는 강원, 경기, 경북, 울산 등 요청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국민생활체육회는 학교 선정에 대해 “시도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서 전교생이 100명 이하인 체육관 없는 학교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고마운 버스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더 많은 학교와 마을을 찾아간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스포츠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려갈 뿐.’

2014 우리 동네 운동회는…
행복과 보람으로 달린 스포츠 버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첫 번째 운동회다. 2014년 9월 스포츠 버스가 처음 간 곳은 인천 강화군 대월초등학교. 전교생 100여 명 남짓한 이 학교는 그날 오후에 열릴 운동회 때문에 오전 수업이 안 될 지경이었다. 시간은 느릿느릿 더디게 흘러만 갔다.
“탁탁탁 챙챙챙 따닥따닥 어이어이 얏!”
대월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신나는 난타 공연에 이어 운동회가 열렸다. 꼬리잡기, 박 터뜨리기, 훌라후프 통과하기 등 낯익은 경기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선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차게 경기에 임했다. 여럿이 함께하면 뻔한 경기도 이렇게 특별해질 수 있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질 무렵 시골 학교의 운동회는 끝이 났다.
스포츠 버스는 장애의 벽도 훌쩍 뛰어넘어 달렸다. 11월‘제1회 평택 특수교육 진로융합 축제’가 열린 경기 평택시 소사벌 레포츠공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특수교육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축제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지적장애인. 송탄중학교 특수학급 학생 박수진, 하슬비 양의 우쿨렐레 공연‘You are My Sunshine’에는 참가자 600여 명의 환호가 이어졌다.
물론 이날 하이라이트도 역시‘우리 동네 운동회’였다. 스포츠 버스를 타고 한마음이 된 학생들은 이날만큼은 마음의 짐과 세상의 편견을 훌훌 벗어던지고 밝고 즐겁게 몸을 단련시켰다.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 스포츠만 한 것이 또 있을까. 경기 평택시 현화중학교 박미경 특수학급 교사는 “스포츠는 건강의 상징이다. 마음이 좀 아파도 몸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다양한 체험을 하며 아이들이 활짝 웃어서 정말 고마웠다”며 그날을 기쁘게 기억했다.
스포츠 버스의 활약이 빛난 건 이뿐 아니다. 경북 봉화군 춘양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에서는 전통 스포츠를 보급했고, 울산 종합운동장을 깜짝 방문해 울산 현대 축구선수들과 홈 관중을 하나로 만드는 감동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멋지고 즐거운 일이 우리 동네에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1년 예산이 2500만 원입니다. 2015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운동회 총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생활체육회 박민규 과장에 따르면 2014년 11회 정도 행사를 치렀다. 한 행사에 평균 2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예산이 늘지 않으면 우리 동네에 스포츠 버스가 찾아오는 일은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1퍼센트 기부로 출발한‘우리 동네 운동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은 기부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이 작은 운동회를 지원한다면 2015년 스포츠 버스는 더 힘차게 달릴 것이다.
글·허운주(위클리공감 기자) 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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