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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식품은 너무 남아도 너무 부족해도 문제가 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젖소에서 짜낸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6066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2톤 증가했지만, 우유의 국내 소비량(수출+국내 소비)은 375만6673톤에 그쳤다고 한다.

 

우유는 그때그때 소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썩는 부패성 상품(perishable goods)이다. 남아도는 원유와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유업계를 돕기 위해 식품·유통업계가 발 벗고 나섰다. 우유 시음·할인 행사, 하나 더(+1) 증정 행사, ‘우유사랑 라떼’ 커피 캠페인 등 판촉 행사의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대규모 행사가 처음이라며 과장 보도하는 언론도 있지만, 지난 1980년대에도 정부 주도로 우유 사랑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농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유가공협회의 공동광고 ‘우유 사랑’ 편(동아일보 1981년 2월 23일)을 보자. “모녀역전(母女逆轉)”이라는 헤드라인에 이어, 엄마의 목소리로 “하루도 빠짐없이 우유를 먹여왔더니 내려다보던 딸아이를 이젠 올려다보게 됐군요”라며 키의 역전이 대견하다는 느낌을 부제목에서 전하고 있다. 엄마와 딸이 서로의 키를 비교해보며 눈짓, 손짓을 하는 장면이 정겹다. 텔레비전의 소비재 광고에서 자주 쓰는 일상의 단면 표출이라는 광고 전략을 신문광고에 적용한 셈인데, 인쇄매체에서 그 전략을 써도 어색하지 않고 일상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우유광고

▷ 1981년 농수산부 우유 소비 캠페인 광고 

 

바디카피로는 “우유를 마시면 이렇게 좋아집니다”라며 10가지의 근거를 제시한다. 매일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발육을 왕성하게 하며, 머리를 좋게 하고, 치아를 건강하게 해주며, 빈혈을 막아준다고 한다. 그리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고혈압을 낮게 해주며, 암의 발생을 방지하고, 비만을 방지하며, 소화가 잘되게 한다는 것이다. 오른쪽 하단의 광고주 표시 부분 바로 위에 손으로 우유 컵을 잡고 있는 캠페인의 상징은 “사랑을 주세요 우유를 주세요”라는 슬로건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공급 과잉과 소비 침체로 시름이 깊어진 우유업계와 낙농가를 돕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유 사랑 캠페인은 언제나 그랬듯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끝나버릴 것 같다.

 

그래서 우유 사랑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법. 예를 들어 우윳값의 몇 %가 환경보호기금으로 쓰인다거나, 소년소녀가장에게 날마다 우유를 마시게 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공익성 메시지 말이다. 이를 공익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라고 하는데, 우유 사랑을 공익적 측면과 연계한다면 국민들은 자신이 마시는 우유 한 잔에도 좋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우윳값은 결코 아까운 돈이 아닙니다.” 1981년 광고의 바디카피 마지막 줄에서 한 말이다. 기왕에 우유 사랑 캠페인을 할 바에는 우윳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공익성 캠페인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전 한국PR학회장) 20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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