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전략적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를 채택했다. '한·미동맹 : 가치의 공유, 새로운 지평'이란 부제가 붙은 이 공동설명서는 2014년 4월 채택된 공동설명서에 이어 두 번째로, 그간 양국 간 협력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협력의 미래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로, 두 정상은 한국(2014년 4월)과 미국(2013년 5월)에서 한 차례씩 열린 양자회담과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회담까지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 차원에서 북한·북핵 문제에 관한 별도 성명이 채택된 것은 처음으로, 이는 그만큼 양국이 북핵·북한 문제에 높은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일치
양국 정상은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유엔에 의해 금지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지속적인 고도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하며,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with utmost urgency and determination)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어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상시적인 위반이며,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한의 공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국제 의무 및 공약을 즉각적으로 완전히 준수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만약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우리는 제재 조치를 포함해 북한과 관련된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들의 효과적이고 투명한 이행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비핵화 대화 제의를 거부해온 북한을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로 가능한 한 조속히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는 결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가 자신의 경제 개발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하면서 "만약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자신의 국제 의무와 공약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6일 미국의 여론 주도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 유도를 위해 한·미동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
협력의 새로운 지평 제시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합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하여 강력히 지지해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는 서문에 이어 ▶한·미동맹 강화 ▶교역 및 경제관계 심화 ▶지역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새로운 지평(New Frontier:뉴프런티어) ▶인적 교류 강화 등 모든 협력 분야를 종합적으로 망라하면서 협력의 현황과 방향을 포괄적으로 기술했다.
총 9쪽 분량의 공동설명서는 먼저 '한·미동맹 강화'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 확인 ▶동맹 현대화 및 연합방위태세 강화 지속(외교·국방 장관급 2+2 협의 정례화 등) ▶새로 체결된 원자력협력협정(2015년 6월 15일) 평가 등을 포함했다.
'교역 및 경제관계 심화'와 관련해서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평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한국의 관심에 대한 미 측의 환영(US welcomes Korea's interest in TPP) ▶양국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 제고 ▶양국 간 '고위급 경제협의회' 재개 합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지역 협력'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과 한·미·일 협력 확대, 한·일·중 협력 강화 노력 및 정상회의 개최를 환영했다.
'글로벌 파트너십'과 관련해서는 핵 비확산 및 테러,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등에 함께하기로 했으며, 개발도상국을 위한 방안으로 우리 측의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구상과 미국 측의 '소녀들을 위한 교육(Let Girls Learn)' 구상의 연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지평'에 대해서는 양국 간 달 탐사 등 우주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사이버 공조 확대, 기후변화 대응, 생물학적 위협 등에 대한 보건안보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인적 교류'로 청년 교류협력을 위한 웨스트(WEST : Work, English Study, Travel)와 워킹 홀리데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 교육 파트너십을 심화하기로 했다. 양국 국민 간 유대 강화를 위해 미국 내 개인 소유자들로부터 환수된 조선왕실 어보(御寶) 두 점의 조기 반환 원칙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이어졌다. 당초 30분 정도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이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를 하느라 1시간 10분 정도로 연장됐고 뒤이어 확대오찬회담이 40여 분 남짓 진행됐다. 두 정상은 이어 1시간가량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까지
예정 시간 넘긴 '친밀' 회담
이번 회담에 미국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거의 모두 배석한 것도 특징이다. 조셉 바이든 부통령을 필두로 잭 류 재무장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켄 국무부 부장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또한 양 정상의 개인적 친밀감과 신뢰가 더욱 돋보이는 자리가 됐다.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정세,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고, 오찬회담 이후 기자회견, 그리고 기자회견 이후 백악관 경내를 함께 거닐면서 더욱 두텁게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네 번의 정상회담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정이 많이 들었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저는 정이 많이 들었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부터 인상 깊었다"며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의 명확성에 감명 받았고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번 방미에 나선 박 대통령은 10월 14일 워싱턴 D.C.에서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했으며,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과 한·미 우호의 밤 만찬 참석 등을 통해 그간 양국 간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10월 15일에는 오전 9시 20분 펜타곤 방문을 시작으로, 낮 12시 50분 바이든 부통령 주최 관저 오찬 참석, 오후 4시 한·미 재계회의 총회 특별연설, 그리고 오후 5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등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다.

▷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회담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인 이스트룸으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이번 방미 통해 강력한 동맹 재확인
능동적 지역 외교 토대 강화
특히 펜타곤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행사(Full Honor Parade)'에 참석했다. 일상적 국빈 행사보다 한층 격식을 갖춘 이 행사는 행사 관련 브리핑, 개회 선언, 대통령께 대한 경례(예포 21발 발사), 양국 국가 연주(한·미 순), 대통령 사열(Inspection), 미 전통의장대 행진(Troop in Review), 폐회 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공식 의장행사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회의실 앞에서 실시된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을 통해 31명의 미군 장병(한국에서 근무했거나 향후 근무할 장병)과 5명의 한국 장교(유학 중 또는 파견장교)들 모두와 악수하며 격려했다. '로프라인 미팅'은 미국 대통령이 군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 사용하는 형식으로, 펜타곤이 타국 정상에게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5일 조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 초청으로 부통령 관저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 10월 15일 미국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고 예우인 공식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들 한·미 장병들에게 지금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유의 최전선에서 헌신한 선배들의 열정과 전통을 계승하며, 언제 어디서든 두 나라가 같이 가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미 장병들 모두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북한 문제와 동북아 지역 문제 등과 관련해 한·미 양국과 주요 국가들 간 협의 결과를 평가하고, 양국이 강력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이 지역의 정세 변화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가를 협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의 확고함을 재확인함으로써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되던 중국 경사론 등의 우려를 불식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외교를 전개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강화했으며, 한·미동맹의 외연과 내연을 더욱 확대하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와 관련해 지난 9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이어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통일 문제를 주요 의제로 거론함으로써 통일 문제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확장해나간다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미동맹의 역사 담긴 50년 전 대통령 방미 사진첩 선물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미 중 로이드 넬슨 핸드 전 대통령 의전장으로부터 한·미동맹의 역사가 담긴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미 당시 사진 7장이 수록된 사진첩을 선물로 받았다.
1929년생인 핸드 전 의전장은 해군 중위로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린든 존슨 대통령 당선 이후 미 국무부 의전장을 역임했다.
핸드 전 의전장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 방미 일정(1965년 5월 17~19일)을 수행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핸드 전 의전장과 함께 미국이 제공한 미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가는 모습으로, 고 육영수 여사가 당시 신기술인 위성전화를 통해 서울에 있던 영애(박근혜 대통령)와 통화하고 있다. 1960년대는 경제 여건상 대통령 순방 시에는 민항기를 이용해야 했던 시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미를 위해 미국은 이례적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했고, 핸드 전 의전장이 직접 동승했다.
글 · 박경아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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