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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소외되었던 아이들 음악으로 한마음

강원도 횡성 어느 숲속에서 피리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난다. 아이들이 빨대를 물고 돌아다니면서 피리 소리를 낸다.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지만 아이들은 빨대에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에 그저 신기해한다.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신나게 춤추는 아이도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이음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이음캠프(이하 이음캠프)는 매년 여름 여러 지역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개최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1975년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오케스트라 육성사업) 철학을 모토로 2010년 시범적으로 시작돼 현재 39개 거점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오케스트라 합주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활동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이음캠프에서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나며 단원으로서 소속감과 자부심을 나눈다.

'2015 꿈의 오케스트라 이음캠프'는 지난해에 악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6개 지역의 단원 270여 명이 참가했다. 강원 횡성군의 아름다운 '숲체원'이란 곳에서 8월 3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씩 2차례 캠프를 진행했다. 1차에는 통영, 마포, 연천 지역에서, 2차에는 오산, 유성, 구로 지역 단원들이 참여했다.

이번 캠프는 '세상의 모든 악기'라는 주제 아래 악기 없는 캠프를 진행했다. 클래식 악기 교육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음악적 견문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다. 나는 2차 이음캠프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무더운 여름 8월 6일 강원도 2차 이음캠프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각지에서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길이 막혀서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온 아이들은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이음캠프 소개와 안전 교육을 받으며 첫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인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는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자연의 소리를 관심 있게 들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조별로 자연의 소리(바람소리, 돌 밟는 소리, 나무 소리, 메아리 소리, 곤충 소리, 새 소리, 물소리, 개구리 소리)를 녹음하는 미션을 주었다. 우리는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숲체원 구간마다 9개의 어벤처 장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선생님들과 게임을 해서 이기면 다음 구간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꿈의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 이음캠프는 매년 여러 지역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개최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오케스트라 합주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활동이다.

 

야외 캠핑장에서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집중

무더운 날씨임에도 아이들은 야외에서 신나게 소리를 녹음했다. 아이들이 여러 구간 중에서 가장 흥미로워했던 어드벤처 장소는 '도깨비 물리치기 구간'과 '자연의 소리 구간'이었던 것 같다. 도깨비 물리치기는 물총으로 선생님을 몰아내면서 도깨비를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아이들이 무더운 야외에서 신나게 물총 싸움을 즐겼다. 그다음으로 자연의 소리는 야외 캠핑장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고 어드벤처 선생님에게 듣고 느낀 점을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자신이 몰랐던 소리들을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첫 프로그램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은 저녁 7시 반 대강당 문이 활짝 열리자 "와~아" 하는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대강당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많은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2시간 동안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 시간은 한마디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어른들은 이런 상황을 보고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동화됐고, 이렇게 어린 친구들과 이음캠프 첫날 밤을 보냈다.

이음캠프 둘째 날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워크숍 5개를 마련해 그룹별로 진행했다. 1그룹은 '아카펠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화음을 만들어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는데, 아이들은 무반주로 화음을 만드는 것을 신기해했다. 2그룹은 재활용품 등을 활용해 타악기, 관악기, 현악기를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선생님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응용해 만들었다는 것인데, 아이들은 빨대로 소리 내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했다. 3그룹은 랩을 배웠다. 자신의 불만이나 생각들을 글로 적어 랩으로 표현하는 것을 신기해했다. 일부 아이들은 모자까지 준비해오는 열정을 보였다. 4그룹은 어떠한 악기나 도구 등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표현했다. 5그룹은 아프리카 민속악기 젬베를 배우며 새로운 악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꿈의오케스트라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악기’란 주제로 열린 이음캠프 워크숍 발표회에 참여해 아티스트이자 프로 연주자로서 저마다 워크숍에서 익힌 것들을 표현했다.

 

다양한 음악 활동
아티스트로 거듭나

오전과 오후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한 뒤에는 워크숍 발표회와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회 때 놀라웠던 것은 꿈의 오케스트라 아이들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라와서 워크숍에서 익힌 것들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그냥 아이가 아니었고 한 명의 아티스트이고 프로 연주자였다. 발표회는 끝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프리 허그(Free Hug)' 시간을 가졌는데, 수십 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온 그 시간은 나 스스로가 가장 감동을 받은 순간으로 기억된다. 이음캠프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한순간에 그런 고민과 어려움이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과 우리는 이렇게 2박 3일의 이음캠프 일정을 마치면서 마지막 3일에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그동안 친해졌던 친구들, 선생님들에게 "합동공연과 교류 공연을 하며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은 이내 잠이 들었는데 캠프기간 내내 좋은 날씨를 선사했던 하늘은 아이들이 떠난 뒤 아이들의 아쉬운 눈물을 닮은 많은 비를 뿌렸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아이들은 악기가 없어도 자연적인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소리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음악을 소리의 근원지부터 느끼고 배워나가자'는 이번 이음캠프의 목적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꿈의 캠프의 경험들이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튼튼하게 뻗어나갈 것이라고 믿어본다. 꿈의 오케스트라, 힘내자!


· 이정홍 (오산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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