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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스마트 팩토리’ 도입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2월 27일 금요일 오후. 구미산업단지 옥계2공단에 자리한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인탑스’의 제조공장을 찾았다. 분주한 기계 소리와 매캐한 기름 냄새가 방문객을 맞았다. 주말을 앞두고도 80여 대의 설비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공장 한쪽, 가동을 멈춘 설비 10대가 외따로 놓여 있다. 생산이 저조한 탓일까.

이형민 인탑스 이사의 설명은 놀라웠다.“스마트팩토리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생산 효율이 높아진 덕에 10대의 설비는 신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 눈앞에서 혁신을 목격한 순간이다. 인탑스는 3월 3일까지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실제 스마트팩토리 도입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형민 이사는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되면 인탑스가 삼성 휴대폰 케이스 납품 시장의 약 30%까지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며 한껏 부푼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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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경북창조혁신센터 팩토리랩 멘토(삼성전자, 오른쪽)와 이형민 인탑스 제조그룹 이사가 인탑스의 CNC 공정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인탑스는 스마트팩토리 시뮬레이션 적용을 통해 비효율적 공정을 개선해 10대의 설비를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팩토리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핵심 사업으로 제조설비의 비효율적 공정을 개선하고 최적의 공정을 갖춰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경북센터는 이를 ‘공정 혁신’이라 일컫는다. 스마트팩토리를 위해 삼성의 협력사 10여 곳이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순수 국산으로 외국산에 비해 10배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케이스를 납품하는 인탑스는 스마트팩토리 공정 시뮬레이션(최적 공정 구성을 위한 가상공정 해석 및 검증) 소프트웨어를 적용해본 후 매우 만족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하루 평균 17km였던 물류 동선이 10.2km로 33% 단축되고 생산 리드타임(재료가 투입되어 생산이 완료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753분에서 672분으로 11% 줄었다. 이 덕분에 운용 가능 용량은 하루 1만5000EA에서 2만EA로 증가했다. 그만큼 생산 효율성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형민 이사는 개선된 최적 공정 레이아웃(가공설비 배치)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인탑스가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고려하게 된 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삼성 휴대폰 판매가 늘어나면서 인탑스 제조공장의 가동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신규 휴대폰 모델 출시에 따라 케이스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뀌면서 새로운 설비도 필요했다. 사업 확장에 따라 최신 설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레이아웃이 중복되고 물류 동선이 길어졌다. 인탑스가 스마트팩토리 도입 지원을 신청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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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7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센터 내에 마련된 컬처랩에서 ‘삼성 기어VR(가상현실 헤드셋)’를 착용하고 불국사, 석굴암 등 문화유산을 가상체험하고 있다. 경상북도 문화재를 창조사업화하는 것은 경북센터의 전략이다.

 

공정 혁신과 업종 전환

창조산업단지로 도약

지난해 12월 17일, 구미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한 구미금오테크노밸리(구 금오공대) 안에 문을 연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경북센터가 이끌고 가야 할 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여전히 산업단지 내 입주업체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1969년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난 현재, 산업단지 내 기업은 노후화했고 전체 산업단지 가동률과 생산 금액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미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경북 제조업의 재도약은 경북센터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는 다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달리 경북센터의 핵심 역할은 기존 중소기업 혁신이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공정 혁신과 노후산업의 업종 전환은 경북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경북센터가 추진하는 핵심 전략 사업이다. 삼성은 경북센터의 지원 사업자로서 경북도, 구미시와 함께 인탑스 같은 중소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발굴하는 구실을 담당한다.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스마트팩토리를 가동할 수 있지만 그것을 업종과 기업 환경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을 멘토링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김학용 삼성전자 창조경제사무국 부장은 이같이 말한다. 김 부장은 팩토리랩의 멘토로서 경북센터에 상주하며 중소기업을 직접 면담하고 현장에 나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토털 컨설팅을 수행한다. “삼성이 경북혁신센터 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을 삼성 협력업체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업체와 업종을 지원할 때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될 것이다.” 그는 사업 설명회 개최, 이메일 발송, 개별 기업 접촉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스마트팩토리 도입 지원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인탑스와 같은 모범 사업 모델이 정착하고 ‘R(Renovation)펀드’ 등 중소기업이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확보된다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원하는 중소기업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김학용 부장의 설명대로 중소기업 혁신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 확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과 경북도는 5년간 매년 20억 원을 매칭 출자해 신용보증기금 담보로 연간 400억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R펀드를 조성했다.

IT의료기기, 탄소복합소재, 스마트센서, 초정밀 금형, 첨단 로봇, 3D영상, 3D설계·프린트. 이상 7개 산업은 경북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경북도의 7대 유망 산업이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업종을 전환해 노후화한 산업단지를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두 번째 핵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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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창조경제센터 1, 2층에 꾸려진 세 개의 랩(lab)실은 센터가 지원하는 사업을 실물로 펼쳐놓은 전시장이자 체험관이다. 1 팩토리랩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초정밀 금형가공 설비가 가동 중이다. 2 ‘삼성 기어VR’ 등 스마트 기기를 직접 체험해보고 융합형 신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한 퓨처랩. 3 경북의 문화재와 농업의 창조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DB를 구축해놓은 컬처랩.

 

7대 유망산업 지원

경북 문화·농업 사업화

삼성전자와 삼익THK는 제품 조립·제조라인에 사용되는 관절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설계·센서기술 등을 지원하고 삼익THK가 양산설계·제조기술 제공을 맡았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도 참여했다. 양산에 성공하면 개발된 로봇은 중소기업에 보급돼 제품 조립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 품질 균일화 등 제조경쟁력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테스트 후 삼성전자 TV와 스마트폰 조립 라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융합형 신사업 발굴은 삼성에도 시장을 발굴하고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센터를 찾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판로 확보의 어려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통한 융합형 신사업 발굴은 중소기업에 삼성 같은 대기업을 판매처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정애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관은 이같이 덧붙였다.

상생 협력을 통한 자생적 성장모델 구축과 이를 통해 벤처·창업 육성까지 이어지는 장기 청사진의 실현을 위해 경북센터는 성장사다리펀드와 함께 ‘C(Creative)펀드’를 조성해 5년간 총 300억 원을 지분 또는 채권 형태로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세 번째 핵심 전략은 지역의 전통문화유산과 농업자원의 사업화다. 종가음식, 고택, 안동 하회탈춤 등 경북의 전통문화를 사업화하기 위해 웰스토리, 호텔신라, 제일기획 등 삼성 계열회사가 전담팀을 꾸려 상품화, 마케팅, 홍보를 지원한다. 불국사 등 경북지역 문화재는 최신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3D영상 제작설비를 활용해 가상현실 콘텐츠로 제작하고 이를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기기인 ‘기어VR’와 연계해 국내외에 우리 문화재를 홍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진한 경북창조경제센터장의 말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중요한 목표다. 삼성도 경북창조경제센터 사업의 수혜자로서 신사업 발굴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삼성이 멘토로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인 사업자로서 활동한다면 혁신센터의 지원사업이 더욱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내륙성 기후 속에 잘 자란 경상북도 사과의 싱그러운 이미지와 연계한 ‘스마일 사과마을’ 조성 방안은 농업의 6차산업화를 선도하는 사례다. 지역의 영농조합법인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손을 맞잡고 농업과 제조업, 관광서비스업을 연계해 지역 경제에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편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원하는 핵심 사업의 도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 또는 개인은 센터를 방문해 사업을 구상하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1593㎡ 규모의 센터 안에 조성된 팩토리랩, 퓨처랩, 컬처랩은 지원사업 모델을 실제로 관찰하고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센터 1, 2층을 망라하는 팩토리랩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설비, 사물인터넷(IoT)기기, 3D프린터 등이 전시돼 있다. “삼성SDS는 수백에서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외국산 설비를 대신할 1억 원대의 알뜰형 제조 현장 관리시스템(MES)을 개발했다. 사업 설명회 당시 중소기업들이 가장 부러워하던 것 중 하나다.” 랩을 소개하는 김진한 센터장의 목소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퓨처랩과 컬처랩은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삼성 기어VR를 비롯한 스마트 기기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고안한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도 있다. 데이터베이스(DB)코너에서는 경북의 문화, 농업자산의 활용 방안을 구상할 수 있는 자료와 시설이 마련돼 있고 인큐베이팅룸에서는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경북창조경제센터는 향후 경북지역 4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등 다양한 창업 활성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미래 40년 이끌 제조업 반드시 대도약 이루겠다”

김진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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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1, 2층을 차지하고 있는 세 개의 랩(팩토리랩, 퓨처랩, 컬처랩)을 총괄하는 김진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의 열의와 자부심은 대단했다. 창조, 혁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말들을 눈앞, 손안에 구현해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지난 40년의 영광을 되찾고 미래 40년을 이끌 제조업의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그에게서 경북센터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설립 취지를 설명해달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 실현의 한 축으로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경북창조경제센터의 미션은 경상북도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통한 국가산업단지의 창조산업단지화, 한계 산업을 대상으로 한 미래 유망산업으로의 전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란 무엇인가.

“스마트팩토리의 설비는 스스로 작업 반경을 결정하고 작업 환경을 변화시키는 고도의 시스템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했다는 특징이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 유통, 불량품 관리 등 모든 과정에 IoT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현재까지 42개 기업이 스마트팩도리 도입 지원 신청을 했고, 이 중 12개 업체는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탑스를 포함한 2개 기업은 시범 사업자로서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계 산업이 하루아침에 신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은 2010년 88%에서 최근 60%까지 떨어졌다. 산업단지 내 입주업체 수는 3년간 20.7% 증가했지만 생산 금액은 마이너스 5%를 기록했다. 그만큼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구미산단의 업종과 사업구조가 노후화했고 부가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산업구조 개선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의 업종 전환은 필수불가결하다. 섬유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구미의 많은 기업들은 탄소복합소재 개발로 업종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이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의 이탈이 아니라 기존 업종의 고부가가치산업화로 봐야 한다. 신사업에 낯선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매달 이노베이션 세미나를 제공해 IoT 등 미래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금 확보와 판로 개척은 경북센터를 찾는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삼성전략펀드는 매달 공모를 통해 선정한 삼성벤처투자의 파트너스데이 선발업체에 지분 투자 형태로 5년간 총 1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4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펀드 외에 자금 지원을 늘리기 위해 우리 센터는 우회 금융기관을 찾고 있다. 대구은행이 지역 거점 은행으로서 지역 산업 발전에 일조하고자 센터와 협약을 맺고 역마진 수준의 이자율로 중소기업 대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농협도 현재 협약을 맺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편 삼성이 주도하는 경북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삼성을 판매처로 활용하기 쉽다. 월드정보통신과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한 검사 자동화 설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정(지문인식, 터치패널, 근접센서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올해 9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의 해외 수출 전시에 중소기업 제품을 함께 선보이거나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향후 계획은.

“3년 안에 스마트팩토리 도입 업체 수를 400곳으로 늘리는 게 1차 목표다. 이는 경북이 고도화된 제조산업 지역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70년대 구미산업단지 조성 이후 이곳의 생산력과 수출력으로 40년 동안 온 국민이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 40년은 고도화된 창조산업단지가 이끌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약 6%를 차지하는 구미산업단지의 수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 그 막중한 임무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달렸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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