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께서 물으십니다.
“소현아, 너는 전쟁이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이념이 다른 상대방과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게 전쟁이 아닐까요?”
“자, 상상을 해보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공포의 굉음이 수도 없이 귓전을 때릴 때 배부른 산모가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단다. 한쪽에선 젖먹이 아이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싸늘히 주검이 된 엄마의 빈젖을 빨고 있고, 피난길에 가족과 헤어진 어린아이는 낯선 거리에서 두려움에 떨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고 있지. 지금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박소현 인천예고 3학년
할아버지의 질문에 저는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야 지옥 같지 않을까요?”
“그래 지옥 같을 거야. 전쟁은 말이다, 지옥이란다! 그 지옥 같은 전쟁을 내 가족이, 내 이웃이 다시는 겪지 않게 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고, 지금도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거란다.”
전쟁은 곧 지옥이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저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지금껏 저에게 6 · 25전쟁은 그저 교과서에 실린 몇 줄 안 되는 지나간 역사일 뿐이었고, 분단국가라는 현실 역시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를 넘어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 그리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다는 ‘7포’를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통일은 나와 별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라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북한의 도발이나 통일비용 부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도리어 통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할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전쟁은 지옥이라고. 지옥 같은 상황을 나와 내 후세가 겪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통일을 해야 한다고. 이름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내놓은 선열들은 이미 그것을 알았기에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키려 한 것이었다고.
지금 저는 캔버스를 다시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렸던 그림을 지웁니다.
피난길 숨 멎은 엄마의 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배가 고프다고 울어대는 갓난아이의 눈물과 폭격으로 가족과 흩어져 아는 이도, 아는 곳도 없어 공포감에 떨고 있는 어린 소년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굳은 약속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과 아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낙네의 눈물과 한반도를 가로막고 서 있는 철책 너머로 내 가족, 내 고향을 애타게 그리며 통곡하는 늙은 노모의 눈물을 떠올립니다.
갈라진 땅이 하나 되고, 헤어진 가족이 얼싸안고 정을 나누고, 하나 된 국기로 가슴 깊은 상처를 휘감아 안으며 기쁨과 환희로 얼룩진 눈물을 그리려 합니다. 그 그림 속엔 수많은 순국선열과 참전용사들이 지켜냈고 앞으로 우리가 키워갈 번영된 조국을 향한 희망이 담길 겁니다.
글 · 박소현 (인천예고 3학년) 20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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