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나 같은 노인네도 이겼넸는데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 있겠어?"
“밤새도록 기침, 가래가 어찌나 심하던지…. 등이 아파 누워도 불편하고 앉아도 불편했어. 이제 다 나아서 퇴원까지 했으니 날아갈것 같아.”
20년간 천식을 앓아온 김복순(77) 씨가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이겨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5월 4∼16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김 씨가 완쾌돼 퇴원했다”면서 “두 퇴원자(63세 여성, 51세 남성)에 이어 세 번째 사례”라고 6월 9일 밝혔다. 김 씨는 메르스 최초 환자가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 8층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렸지만, 8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끝에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
메르스에 걸려 사망한 환자 대부분이 고령에다 다른 지병을 앓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김 씨의 회복은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퇴원후 자택에 머물던 김 씨를 6월 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씨는 메르스를 이겨내고 갓 퇴원한 환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씩씩한 목소리에, 기억력도 밝았다.

▷6월 9일 오후 경기 평택시 자택 현관을 나서는 김복순 씨. 김 씨는 5월 3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8일간 치료를 받은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이날 오전 퇴원했다.
천식 심해져 입원했다 감염
“밤새도록 기침·가래에 등이 어찌나 아프던지…”
“내가 거의 20년째 천식 약을 먹고 있거든. 천식이 심해져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지. 8층에 있었어. 5월 4일부터 16일까지야. 그리고 집엘 왔는데 벌벌 떨리게 춥더라고.”
김 씨는 으슬으슬 몸이 떨리도록 열이 나고 기침이 심했다고 했다. 진땀이 자꾸 나면서 좀처럼 낫질 않아 다시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좀 더 센 약으로 일주일 드셔보라”고 했다.
김 씨는 아픔을 참다못해 다시 평택성모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이 폐쇄된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했다. 이틀후인 5월 31일 김 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에서 차가 나와서 다른 큰 병원으로 옮겨줬어요. 그때까지는 열이 심하게 났는데, 치료받으니 좋더라고.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어찌나 친절하게 잘해주는지, 퇴원할 땐 눈물이 다 났어.”
보건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5월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 3명 가운데 상태가 가장 위중했다.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에 상당히 퍼진 상태였다. X선 검사에선 폐렴이 확인됐다. 6월 1일부터 김 씨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는 “고령에다 워낙 천식을 오랫동안 앓아오셨는데, 폐렴이 상당히 진행돼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면 서 “6월 3일까지는 열이 39도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했다”고 했다.
“메르스가 뭔지는 뉴스 보고 알았지. 오늘(6월 9일)도 보니 7명인가 죽었다고…. 그래도 난 죽을 거란 생각 안 했어.” 희망을 놓지 않는 긍정적 힘이 김 씨에겐 있었던 것이다.
집중 치료를 받으면서 열이 서서히 떨어졌고, 6월 5일에는 정상체온을 되찾았다. 병원 측은 규정에 따라 48시간 간격으로 2차례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완치된 김 씨는 6월 9일 오전 퇴원해 평택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정말 좋아. 동생, 조카, 교회 사람들 다들 전화 와서 난리야. 다 나았다고, 축하한다고. 나 같은 노인네도 이겨냈는데, 너무 겁먹을 필요 있겠어?” 여든 가까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글 · 이지혜 (조선일보 기자) 2015.6.15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