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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순백으로 빛나는 옛 전남도청 본관 뒤로 나지막이 펼쳐진 현대 건축물. 9월 4일 부분 개방을 앞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경

 

그곳을 찾은 8월 25일은 하늘이 잔뜩 흐렸다. 옛 도청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니 아래의 널찍한 지하광장이 펼쳐졌다. 지상과 비교하면 10층 건물 높이만큼 낮은 야외광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지하세계에서 세상의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의 터전에서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아시아와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아시아 문화창조의 새 터'를 지향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11월 말 공식 개관을 앞두고 9월 4일부터 부분 개방에 들어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05년 아시아문화전당 국제 건축설계 공모를 통해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의 '빛의 숲'이 선정돼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 본관의 외관을 그대로 두고 주요 시설물을 지하에 배치한 지하광장 형태로 설계됐으며, 아시아 문화 기반의 공연·전시·콘텐츠산업을 통해 아시아와 동반성장하는 '아시아 문화의 용광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예술극장

▷슬라이딩 도어가 설치된 예술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식 개관 이전까지 시범 운영을 통해 전당 시설과 주요 콘텐츠 운영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기간 중에는 공연과 일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하되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운영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각상

▷만주평화교류원 옆 야외 조각상.

 

야외광장 등 옥외공간은 전면 개방
매일 3회 전당 가이드 투어 실시

먼저 야외광장 등 옥외공간은 일반인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9월 4일부터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전당 안팎을 오갈 수 있도록 문화전당 주변의 펜스를 개방할 예정이다. 단, 아시아문화광장 등 전당 시설 내측 옥외공간은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출입을 제한한다.

실내공간은 콘텐츠 준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기간 중에는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일·월요일 휴관 중에는 콘텐츠와 운영 프로그램을 정비한다.

창조원

▷문화창조원

 

또한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시간대별로 온라인 예약을 받거나 현장 선착순으로 운영한다. 이에 해당하는 시설은 ▶문화정보원(라이브러리 파크 등) ▶문화창조원 복합4관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전(展)이며, 매일 3회 전당 가이드 투어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문화전당을 찾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소매점과 문화상품점은 9월 초, 식당과 카페는 10월 중순 문을 열 예정이다. 아트숍은 2016년 3월 열 계획. 올해 말 공식 개관 시점이면 민주평화교류원 일부를 제외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모든 시설 및 콘텐츠 프로그램이 전면 공개될 예정이다.

부분 개방을 계기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오픈을 기다려온 지역주민과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다양한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먼저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민주광장에서 제6회 ACC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인재진 감독이 지휘하는 뮤직 페스티벌에는 말리, 쿠바, 이스라엘, 레바논 등 11개국에서 12개 공연단이 참여해 흥을 돋운다.

문화창조원 복도

▷문화창조원 복도

 

이어 9월 3일 오후 6시부터 지하광장에서 전야제 '시민과 함께하는 무도회'가 열린다. 시민이 한데 모여 짧은 시간에 간단한 현대무용 동작을 배워 함께 즐기는 형식의 현대판 무도회로, 벨기에 무용단(Bal Morderne)이 주관한다. 전야제에는 무도회 외에도 아시아 음식과 차문화 축제, 아카펠라 공연, 드론쇼 등이 함께 열린다.

9월 3일부터 12일까지 어린이문화원 및 광주 문화예술시설에서는 '2015 어린이공연문화예술축제'가 열려 국내외 어린이 공연 45작품(총 299회)이 전시된다. 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은 지난 7월부터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를 계기로 세미나, 인형극 공연 등 사전 홍보 행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9월 개관축제에서는 '아시아 스토리' 기반의 공연, 영·유아용(10~30개월) 공연, 어린이 음악회, 체험놀이, 거리예술, 전문가 국제 교류 행사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전당과 광주 문화예술시설에서는 9월 4일부터 21일까지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이 열려 국내외 작가 29명의 33개 작품이 공연된다.

 

표

 

'시민과 함께하는 무도회'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 등 볼거리 풍성

서유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승려 현장의 수행 과정을 표현한 차이밍량 감독(대만)의 <당나라 승려>(9월 4~6일), 신화적 사고를 바탕으로 최면술사, 스크린과 배우 등이 중첩된 공연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태국)의 <열병의 방>(9월 4~6일) 등이 인상적인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부분 개방 기념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도 9월부터 11월까지 문화정보원에서 격주로 1회씩 열린다. 승효상(건축가), 이불(미술작가) 등 국내외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초청을 추진 중이다.

한편 9월 4일부터 문화창조원 복합4관에서 열리는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전은 가장 아시아적인 색채를 띤다. 아시아의 역사, 문화, 사회, 경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거대한 강(江)을 통해 '경계와 구분'의 의미를 되새기며, 독일의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Berlin)' 수석 큐레이터인 안셀름 프랑케가 큐레이터를 맡는다. 문화전당의 공식 개관식은 올 연말에 열린다.

"광주에는 관광객들이 와도 볼거리가 많지 않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어 광주시민들도 많이 찾고, 외지에서도 많이 찾아오면 좋겠어요."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탑승한 택시 기사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군데군데 가게들이 문을 닫은 금남로 지하상가의 모습에서도 광주로 발길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절실함을 읽을 수 있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선규 전당장 직무대리

"비움은 또 다른 채움의 기회, 채움을 함께하는 전당 만들 것"

방선규

▷박경아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 최대의 문화시설입니다. 예술의 전당(12만5400㎡), 국립중앙박물관(13만8600㎡)보다도 넓지요. 이번 부분 개방은 최대의 문화시설을 함께 채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방선규 전당장 직무대리는 8월 3일 이곳에 부임해 코앞으로 다가운 부분 개방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식 개관을 앞두고 부분 개방을 하는 이유는.
"이곳 문화전당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그리고 콘텐츠 창작센터, 공연장 등이 다 합쳐진 융합적 공간입니다. 문화 소비적 측면에서 전시·공연장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고 아시아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꺼번에 모든 콘텐츠를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콘텐츠가 채워지게 함으로써 더 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비움은 또 다른 채움을 위한 기회라고 보아야 합니다."

문화전당을 향후 어떠한 콘텐츠들로 채울 계획인지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첫 번째 핵심 포인트가 바로 볼거리입니다. 문화전당 시설 자체든, 제프 쿤스의 '강아지'나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 빌바오 뮤지엄의 '거미' 같은 전시물이든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전당을 관광의 중요 지점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볼거리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하이테크놀로지와 문화예술을 접목해 새로운 장르, 새로운 창조산업의 모태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같이 모여서 창작·제작을 하고, 문화예술을 기초로 한 창조적 산업을 일으키는 생산적 기능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생산과 소비 양면에서 문화전당을 보아야 합니다."

부분 개방 행사 중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선 이곳에 오셔서 아시아의 최고 컨템퍼러리 작가들의 공연을 즐기시고 이곳을 한 바퀴 돌면서 아시아문화전당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가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동식 무대, 슬라이딩 도어 등을 갖춘 예술극장 등은 그 자체가 충분한 볼거리입니다."

향후 문화전당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이 큰 규모의 건물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있을까 하는 우려를 긍정적 기대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이 당장 어려운 과제지요. 이를 위해 흔들림 없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문화전당은 소비적 측면에서 문화융성의 장이면서 생산적 측면에서 창조경제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전으로 줄기차게 밀고 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부분 개방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 방향을 제시하고, 문화계나 비즈니스계가 협업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하고 경험을 공유하다 보면 잘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는데, 바로 이곳 문화전당이 거기에 '+1'이 된다는 생각으로 해나가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특정한 프로젝트 주도 인력은 외부에서 오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은 가까운 지역주민들입니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이 이곳에서 일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야 하고, 또한 이곳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고 아시아의 문화 교류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도 지역의 동의와 협력 없이는 되지 않습니다. 이에 지역 언론, 예술단체들, 그리고 지역의 기관, 단체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 역시 문화전당 발전이 지역 발전과 직결된다는 마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아시아 지역과의 문화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아시아의 문화예술기관이나 아시아 각국과의 문화포럼, 협력, 또는 작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의 수요와 장점을 교환하는 매개로서 문화전당이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여태까지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아시아 사회에서 기여하고자 하는 질적 성장의 상징적 랜드마크로서 문화전당이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곳을 아시아 각국이 필요에 의해 참여하는 자발적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문화는 상대적 관점에서 봐줘야 되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으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그것이 문화적 다양성의 힘입니다. 결국 자발적 욕구와 필요에 의한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 박경아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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