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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먹는 '꽃', 산업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가 된 지도 오래됐다. 먹방의 인기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욕구가 인간에게 본능처럼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면 기존의 음식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무언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먹고 즐길 수 있게 된 그 무언가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꽃이다.

 

섬쑥부쟁이
▶섬쑥부쟁이는 2013년부터 전남 구래군이 생산단지를 조성해 수확하고 있으며 생나물뿐 아니라 나물, 자반, 짱아찌, 전, 국수 등의 형태로 사랑받는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았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이름에는 '취'자를 붙여 불렀다. 취나물이라 불리며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대표적인 식물은 참취다. 산야에서 저절로 자라지만 이를 재배하는 농가도 많다. 잘 알려진 쌈 재료로는 곰취가 있다. 향취가 좋아서 쌈 재료로 이용하고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개미취 역시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좋아서 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런 야생화들은 봄에는 쌈으로 먹고 가을에는 꽃으로 감상하기 좋아 개발 가능성이 크다.


섬바디

▶섬바디, 울릉도 주민들은 명이나물에 이어 섬바디도 나물로 개발해 판매하며 야생화 먹거리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곤드레나물에 이은 쑥부쟁이
아삭한 식감에 체중 감소 효과까지

야생화 가운데 가장 친숙한 식재료는 곤드레나물이라 불리는 고려엉겅퀴다. 강원도의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곤드레나물밥을 팔 정도로 강원도는 곤드레나물의 주산지다. 유명해진 곤드레나물은 산야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농가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식물을 지역민이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상업화한 전략이 오늘의 곤드레나물을 있게 했다.

최근 곤드레나물 못지않게 뜨는 야생화, 쑥부쟁이는 너무나 흔한 꽃이라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쑥부쟁이가 특유의 산뜻한 향과 아삭한 식감을 지녔을 뿐 아니라 체중 감소와 나트륨 배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생나물뿐 아니라 말린나물, 자반, 장아찌, 전, 국수 등의 형태로 사랑받는 쑥부쟁이는 2013년부터 전남 구례군이 지역농업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생산단지를 조성해 수확하고 있다. '2015 한가위 명절선물 상품전'이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자연과 힐링을 찾아 추억 속으로'라는 주제로 쑥부쟁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 부스가 열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쑥부쟁이를 이용한 떡, 머핀, 쿠키, 떡, 차 등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선보였는데, 맛이 좋았는지 순식간에 매진됐다고 한다. 이런 선전에 힘입어 쑥부쟁이를 연중 재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야생화 개발은 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섬 주민들은 자신들이 먹던 각종 산나물을 관광객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례로 울릉도 주민들은 춘궁기에 살아남기 위해 먹던 산나물을 특산품으로 판매하면서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울릉산마늘은 명이나물로, 눈개승마는 삼나물로, 섬쑥부쟁이는 부지깽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판매되는데, 기후변화로 오징어마저 서해안으로 몰린다는 요즘 이런 야생화들은 오징어와 호박엿을 대체할 소득원 구실을 톡톡히 한다. 울릉도 주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섬바디와 물엉겅퀴도 나물로 개발하고, 섬더덕은 젤리로도 만들어 판매한다. 울릉도에서는 이렇듯 희소성과 경쟁력을 두루 갖춘 야생화 먹거리 산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야생화의 식품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백합과 식물, 참나리는 우리 산야에 흔히 자라고 크기가 큰 데다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 꽃이다. 이 참나리를 이용해 충남농업기술원 백합시험장과 금산인삼약초시험장이 공동으로 5년여의 연구 끝에 쿠키, 발효주, 면 종류 등의 참살이 식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참나리는 기본적으로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을 포함해 10여 종의 지방산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식용 가치가 큰 야생화인데, 이런 참나리를 쿠키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을 한 것이 놀랍고 신선하다.

 

고려엉겅퀴밭
▶곤드레나물로 불리는 고려엉겅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식물이다.

 

다양한 야생화 꽃차로 개발
한국 대표 산업으로 전망 밝아

야생화의 잎이 아닌 꽃을 이용한 대표적인 산업은 꽃차 분야다. 이전까지는 기껏해야 꽃을 비빔밥의 재료로 넣어 먹거나 화전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후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입맛을 돋워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향기로운 꽃차가 하나둘 개발되기 시작했다.

야생화를 이용한 꽃차는 수입을 대체한다는 점뿐 아니라 우리 정서에 맞는 꽃차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는 그간 외국에서 수입한 독한 향기의 허브차를 접해왔다.

몇 년 전만 해도 꽃차라고 하면 연꽃차 정도가 알려졌다. 단순히 연꽃을 따 와서 즉석에서 주전자의 끓는 물에 넣어 몇십 분 우려내 마시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를 들어 독성이 있는 구절초는 녹차처럼 가볍게 쪄서 말린 뒤 솥에 넣고 은근한 불에 덖어서 내놓는다. 카페인 성분이 많은 목련은 꼭 발효시킨 뒤 차로 만든다. 그 밖에도 다양한 야생화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꽃차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전남 함평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향대전 2015'에서는 다양한 꽃차가 전시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맨드라미, 천일홍, 도라지, 석류, 목련, 매난국죽, 팬지, 녹차, 동백, 구절초, 홍화, 해당화, 도화, 장미 등등 이곳에서 전시하는 꽃차만 해도 수십 종이 넘는다. 꽃차 산업은 다양한 꽃으로 확대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어 그 전망이 매우 밝다.

장식용으로나 썼던 꽃을 먹거리로 활용하는 일은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살기 위해 먹던 음식을 새로운 먹거리로 개발하면서 부가적인 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실로 야생화를 이용한 먹거리 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꽃이다. 우리만의 식물로 우리만의 먹거리를 만들어 세계인이 한국을 찾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현하는 일이다.

 

참나리

▶ 참나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백합과 식물, 충남농업기술원 등이 5년여간 연구해 참나리를 활용해 쿠키, 발효주, 면 종류 등의 참살이 식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글, 사진 · 이동혁(야생화 칼럼니스트)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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