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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상처와 후유증 없는 학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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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바닷가 마을에 사는 14살 소녀 도희.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주폭’ 계부와 할머니의 학대에 시달리는 도희를 구해준 것은 새로 온 마을 파출소장 영남이었다. 영남과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도희….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우리나라 영화 <도희야>는 아동학대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는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동학대다. 법무부는 지난 5월 12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 및 시행규칙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발생한 ‘울산 서현이 사건’, ‘경북 칠곡 계모 사건’ 등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12월 31일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된 데 따른 후속절차다.

이 특례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및 피해아동 보호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후속절차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학대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구체적 실행 기준들을 담았다.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4월 1일에는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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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보다 더 많을 아동학대 사망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관심을 두어야 할 사안이 아동학대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공식 통계(‘2012 전국 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2012년까지 97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했다. 이 현황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사례만을 집계,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한 신고 접수는 2001년 4,133건에서 2011년 1만14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신고 접수 가운데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같은 기간 약 3.2배 증가, 신고 접수가 늘면서 아동학대 의심사례의 비율이 높아졌다.

가해자 대부분이 친부모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아동학대사건에서 가해자가 계모라는 점이 부각됐지만,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대부분은 친부모다.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83.9퍼센트가 부모였으며, 양친 모두 친부모인 경우나 친모 또는 친부와 사는 경우가 77.7퍼센트였다. 아동학대를 하는 사람들의 연령 분포는 40대가 가장 많았고(40.4퍼센트),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30.4퍼센트), 사회·경제적 스트레스(23.3퍼센트)가 가장 큰 특성으로 분석됐다. 모든 부모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로서의 준비나 계획 없이 자녀를 출산·양육하게 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 분석 결과다.

3신체적·정서적 학대에 더해지는 중복학대 증가 아이에게 직접 가해를 하는 것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에 대해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01년 이후 통계를 보면 특히 정서적 학대가 크게 늘었으며, 신체적 혹은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피해아동이 다른 학대를 당하는 중복학대가 급증해 2012년 3,015건(47.1퍼센트)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방임(1,713건·26.8퍼센트), 신체적 학대(461건·7.2퍼센트), 성적 학대(278건·4.3퍼센트) 순이었다(중복 집계).

아이들 삶에 상처 남기는 학대 아동학대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아동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반항·거짓말·가출 등 적응·행동이 5,674건(35.9퍼센트)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불안·주의산만 등 정서·정신건강 5,441건(34.3퍼센트), 언어문제·신체발달 지연 등 발달·신체건강 1,959건(12.4퍼센트), 신체적·정신적 장애 476건(3퍼센트) 등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학대, 성적학대, 방임 유형에서는 모두 거짓말·가출·학교부적응 등과 같은 적응·행동 특성을 가장 많이 보였고 정서적 학대에서는 정서·정신건강 특성이 가장 높게 보고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김경희 사업지원팀장은 “정서적 학대의 경우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결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아 장기적인 학대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상처에도 관심을 갖는 사회만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건강하게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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