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0월 말 서울 성북구 동선동주민센터에 배 세 상자가 전달됐다. 상자 안에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달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어린 학생들의 편지도 담겨 있었다.
서울 성신여고 학생 1,300여 명은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구입한 과일을 동선동주민센터에 수년째 보내고 있다. 올해는 학생들이 직접 쓴 편지까지 상자 안에 넣었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감동이 두 배였다. 편지를 받은 어르신들은 “정성이 담긴 편지를 받아본 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덕에 올겨울은 춥지 않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신여고 학생들의 나눔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봉사활동점수 때문은 더욱 아니다. 작더라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이 학교의 오랜 전통이자 상징이다. 1980년부터 35년째 성신여고에 재직중인 조성희 교사는 “내가 부임했을 때 이미 학생들의 봉사·나눔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성신여고만의 나눔과 봉사는 적어도 40년 이상 된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만 해도 성신여고는 7개 단체에 정성을 전달했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정릉안식관, 우리집 공동체, 안암동 승가원, 나사로 청소년의 집, 동선동주민센터 등에 사과·배 등 과일을 기증했다.
학생 한 명이 집에서 사과나 배 한두 개만 가져와도 한 반 40명을 합치면 금세 한두 상자가 된다. 열 수저 합치니 밥 한 그릇이다.
동두천 ‘나사로 청소년의 집’ 찾아 청소·목욕 봉사도
성신여고의 오랜 봉사·나눔정신은 설립자인 고(故) 이숙종 선생의 “베풀고 나눠야 한다”는 신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숙종 선생이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의 봉사·나눔활동은 종교 등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 안암동에 있는 승가원은 불교계에서 설립한 시설이고, 우리집 공동체는 가톨릭에서 운영한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이라면 모두 나눔의 대상이 된다.
박현성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나누고 봉사하는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랄 것은 따로 없다. 다만 가급적이면 이웃, 즉 성북구 내에 거주하는 분들과 함께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성신여고 학생들이 손길을 내민 7개 단체 중 성북구 밖은 나사로 청소년의 집(경기 동두천) 한 곳뿐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짬을 내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신여고 학생들은 이따금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는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청소·목욕 등 봉사활동과 함께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도 마련한다.
조성희 교사는 “처음 입학했을 때는 무덤덤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 봉사와 나눔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봉사와 나눔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착하고 순박한 것 같다”고 자랑했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조금은 우쭐할 법도 하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은 손사래를 친다. 내세울 만한 일도 아닌데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 되레 부담스럽다고 한다.
박현성 교무부장은 “봉사활동의 전통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며 “아이들이 사과 한 개, 배 한 개를 가져오면서 자연스럽게 나눔과 친숙해진다. 더 많이 나누지 못해서 이웃들께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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