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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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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단에 선 지 올해로 만 15년이 됐다. 평교사로 정년을 마치신 아버지를 이어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는 1999년 경기 양평군에 있는 양일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요즘에야 봉사활동이 많이 활성화됐지만 내가 교사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조금은 생소하게 여겨졌다. 그렇지만 양일고등학교는 조금 달랐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독려했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도도 높았다.

유원지가 많은 양평지역의 특성상 동네나 계곡을 청소하는 봉사활동은 일상이 됐다. 행락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겨울을 제외한 봄·여름·가을에는 학생들과 함께 늘 빗자루와 집게를 들고 양평 일대를 돌았다. 봉사활동은 청소가 전부는 아니었다. 교사와 학생들은 정신지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주로 혼자된 어르신들이 기거하는 양로원도 찾았다.

유원지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시설이나 양로원도 겨울이 되면 더 호젓해진다. 몇몇 단체에서 작은 선물을 들고 찾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겨울에 장애인 친구들과 어르신들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뵈려고 했다.

나는 몇 년 전 양일중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양일중학교도 봉사활동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잡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가족봉사단’은 우리 학교의 자랑이자 상징이 됐다. 가족봉사단의 활동영역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청소의 손길이 달릴 때면 빗자루를 잡고, 등 밀어줄 손이 없으면 목욕타월을 잡는다. 양평 관내 여러 사회복지시설 중 어지간한 곳에는 양일중학교의 손길이 닿았을 정도다.

교사생활을 시작한 지 만 15년이 되면서 많은 걸 반성한다.

‘과연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자발적인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했을까?’ ‘학생들에게는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면서 정작 나는 형식에 그치지는 않았나?’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고 한 적은 없었을까?’

날이 많이 추워졌다. 가을이 떠난 자리에 겨울이 비집고 들어왔다. 주위를 돌아보면 양로원의 어르신들,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 몸이나 마음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

내겐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과 4학년생 딸이 있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그렇지만 아빠·엄마 손을 잡고 보육시설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 가본 적은 없다. 나 자신에게는 부끄럽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까운 사회복지시설에 다녀오려 한다. 어르신들의 어깨 좀 주물러드리고 와야겠다. 올해 초겨울은 따뜻할 것 같다.

글·신연식 양평 양일중학교 교사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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