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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9·11’ 교훈삼아 연습…훈련…연습…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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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26분 승객 155명을 태운 US 에어웨이 1549여객기가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지 1분 만에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륙하던 중 새들이 비행기 엔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자칫 초대형 추락사고로 이어질 절체절명의 순간, 155명 승객들의 목숨을 살린 건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의 기지였다.

당시 고도는 900미터에 불과해 가까운 공항으로 회항할 수 없었던 설렌버거 기장은 뉴욕 허드슨 강 비상착륙을 감행했다. 강수면과의 표면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강바닥에 곤두박질 칠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여객기는 다행히 수면을 스치듯 착륙했다.

설렌버거 기장은 비상착륙 전 관제탑과 연락했고 추락 후 3분 만에 뉴욕항만청은 현장에 헬기와 구조선을 도착시켰다. 신속한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구출됐다. 당시 언론은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설렌버거 기장은 “수없이 많은 연습과 훈련을 했기 때문에 나에겐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잘 갖춰진 재난 대응 시스템과 반복된 훈련이 가져온 최선의 결과였다.

2001년 9·11테러 당시 관할 소방서장을 현장 책임자로 투입해도 구조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된 이유가 평상시 훈련을 통해 이같은 시스템이 잘 정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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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모든 재난을 관리하고 있다. 1979년 설립된 연방재난관리청은 28개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적십자 등 민간기구까지 총괄하는 재난·재해 담당 독립기관이다. 모든 사고 수습 가이드와 지원체계 구성을 마련해 통합재난관리를 돕는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최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허리케인 ‘샌디’에 잘 대처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0월 29일 샌‘ 디’가 덮친 미국 동부 뉴욕과 뉴저지 해변 등에서는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는 강풍이 13일 동안 이어졌다. 100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허리케인 규모에 비해서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결과는 샌‘ 디’가 뉴욕에 상륙하기 2주 전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가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 허리케인이 만들어진 것을 관찰하며 재난 대응 시스템을 작동한 덕분이었다. 동부지역에 ‘샌디’가 착륙할 것으로 보이자 동부지역 주정부는 10월 26일 재난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연방정부도 29일 긴급재난지역 선포를 승인했다. 결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조기 대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2개 위기관리 기능 통합한 국토안보부 설립

미국이 원래부터 재난에 대비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2001년 9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9·11테러와 2005년 8월 뉴올리언스 지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교훈을 얻어 재난 대처 능력을 강화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듬해 국토안보부(DHS)를 신설하고 연방재난관리청을 비롯한 22개 위기관리 조직을 국토안보부 산하로 편입시켰다. 국토안보부는 국무부, 국방부에 이어 미국 행정부처 가운데 3번째로 큰 규모로 직원만 20만여 명에 달한다.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붕괴되어 도시가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일어났지만 당시 연방정부는 허리케인이 몰려오기에 앞서 소개령을 내리지 못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이후에도 늑장 대응으로 노약자와 많은 시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 이후 미국 정부는 재난관리 대처 시스템을 전면 재편했다. ‘카트리나법’을 제정해 연방재난관리청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한편 재난 사전경고 태세를 강화하고 비상사태 선포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초기 대응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각 권역별로 10개의 지방사무소가 있으며 재난발생 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5천명 안팎의 상시 재난지원 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연방재난관리청의 재난 선포를 승인하기 위한 요건은 “재난의 치명도와 규모가 미국의 효과적인 대처 능력을 뛰어넘어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로 간단명료하다. 미국은 사고 이후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재발을 막기 위한 작업을 한다. 특히 재난에 대한 국가대응계획(NRP)에 민간의 참여폭을 크게 늘렸다. 계획 단계부터 아예 민간의 참여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언제든 활용만 하면 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어 사고지역 인근의 대형 할인점을 미리 정해놓고 자동으로 식수와 음식을 바로 공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집으로 찾아가 정신·행동 건강 문제 점검

재난 후에 재난 트라우마 관리도 해 준다. 1980년대 도입한 위기상담 프로그램(CCP)이 대표적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연방정부가 신속하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스태포드법(stafford act)에 따라 정부가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치료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방재난관리청이 지원하고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이 주관한다. 연방재난관리청이 재난의 사후 대응에는 전문성을 띠고 있지만 재난에 따른 정신건강과 행동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데 따른 것이다.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정신·행동건강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한다. ‘필요한 게 없느냐’ ‘집을 다시 지을 필요가 없느냐’ ‘연방정부로부터 실업수당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느냐’ 등을 자상하게 묻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 영토와 미국인들에게만 적용되고 1년간만 유효하다. 또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가 전제돼야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내 공동체와 자원봉사단체, 적십자 등 관련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CCP 적용이 끝나더라도 계속 관련 지원을 이어나갈 수 있다. CCP 외에 24시간 상담전화인 ‘헬프 라인’과 자살방지 상담을 위한 ‘라이프 라인’도 가동하고 있다.

글·김성희 기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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