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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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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최연수입니다.”

저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동학대 의심 상황을 전달하는 신고자의 설명을 들으며 침착하게 주소를 받아 적은 뒤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정확한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찾아가 사례자인 김 양(9)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그동안 겪었던 심각한 정서적 충격과 공포 때문에 상담하는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김 양의 부모는 오랜 갈등을 겪던 중 결국 어머니가 가출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제대로 된 부양자가 없어 그때부터 김 양은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하지만 끝날 것만 같았던 고통은 더 큰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또한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을 반복하면서 정서적 학대를 가하기 시작하였고,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밤새 아이를 혼자 두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김 양은 혹여나 우는 모습을 할머니에게 들킬까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지만 그 와중에도 더 이상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표출했습니다.

학대 행위자인 할머니에 대한 상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학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상담을 거부하던 할머니는 언어폭력, 정서적 괴롭힘, 방임 등의 행위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자신의 학대를 인정했습니다. 안전한 보호와 양육을 위해 할머니에게 아이를 당분간 아동쉼터에 맡길 것을 제안했고, 김 양은 정서적 후유증 치료와 꾸준한 보살핌을 위해 지역 내 여러 기관의 지원을 받아 보살핌을 받게 됐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지역 어린이를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교육으로 추가 학대를 방지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키우는 것에 관대하여 그것이 학대이자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족의 품안에서 내일을 꿈꾸고, 가족들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돌보며, 아이들의 문제를 마을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필요합니다. 따라서 주변의 무관심이 아동학대를 키웠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반성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글·최연수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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