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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을 코트 깃 세우고 느끼고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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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아~ 딱 내 스타일이야~.” 공효진과 조인성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이곳에서 찍었다면 이 대사를 남발했을지도 모른다.

탁 트인 전경, 색감을 조절해 놓은 듯한 푸른 하늘에 선선한 바람 등 여행의 삼박자를 다 갖췄다. 이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기다리는구나 싶다.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풍광을 뽐내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놀이터다. 새로운 풍경에 눈은 커져 있고, 손과 발은 즐거움에 들떠 있다. 너른 잔디밭에 떡하니 올려진 거인 조각상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작가가 직접 노래를 녹음해 놓은 노랫소리는 공원의 적막을 조심스럽게 가른다. 곳곳에 서 있는 야외조각상에 아이들은 하나 둘씩 다가가 요리조리 둘러보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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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풍경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몸을 기댄다.

건축·디자인·공예·사진 등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미술관은 연휴의 후유증을 달래기에 딱 좋다. 전시작품을 통해 과학·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이 현대미술과 소통한다.

내부 관람실 입구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내방객을 맞이한다. 중앙에 TV들을 쌓아올린 봉화대형 램프코어가 나선형으로 빙 둘러싸인 경사로를 가로지르며 하늘로 쭉 뻗어 있다. 왼쪽 조각전시실과 오른쪽의 회화 전시실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별전 <벽>은 회화와 조형예술이 복합적으로 전시된 공간이다.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작품들 앞으로 확 트인 내부 전경에도 눈이 즐겁다.

올해 7월 말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현대미술관 과천관의 히든카드다.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온몸으로 체험하는 교육형 박물관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주부 김승하(34) 씨는 “예전에는 둘러보기만 하느라 아이들이 흥미를 별로 안 가졌는데 이것저것 만져보고 체험할 것이 많으니까 이젠 틈만 나면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관람한 후 걷는 산책길은 손꼽히는 전경을 자랑한다. 야외 조각상들이 펼쳐진 잔디밭은 많은 시민들이 걷기에 좋은 언덕으로 연결돼 있다. 잔디 위에는 사람들이 종종 자리를 펴고 누워 있기도 한다.

3미술관을 나와 걸어 내려와도 좋지만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도 즐겁다. 하늘 아래 펼쳐진 과천호수와 서울랜드의 광경에 숨통이 트이고 서울대공원을 오가는 코끼리 열차에 몸을 실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과천 현대미술관 여행만으로 아쉽다면 용인으로 핸들을 꺾어봐도 좋겠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현대식의 세련된 건물이 나온다. 분당선 기흥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무수한 TV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영상이 쉴 새 없이 비쳐지며 눈을 사로잡는다. 마치 미래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TV물고기’ 작품은 어항 안에 비디오와 물고기를 같이 넣어 영상과 함께 독특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가의 예술성을 극대화하는 건축 디자인도 진가를 발휘한다. 멋진 외관과 함께 돌담길 산책로도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한다.

11월 16일까지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가 전시된다. 영국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 내용이 틀렸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84년이 되면 매스미디어가 인류를 지배하리라는 책의 예언에 대해 백남준이 반박한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회고전 격이다. 이 프로젝트는 1984년 1월 1일 미국과 프랑스, 독일, 한국에 생중계된 바 있다.

현대와 미래를 오간 듯한 체험을 했다면 과거로 가볼까? 백남준아트센터로부터 20분 거리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는 한국전통의 고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를 수 있는 곳이다. 1시간 정도면 관람이 충분할 만큼 아담한 규모이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한국 미술을 대표할 정도의 수준이다.

호암미술관의 백미는 예쁜 정원 ‘희원’

<수월관음도>의 선재동자와 <지장시왕도>의 명부동자 등 고려시대 불화, 양송당 김시의 <동자견려도>를 비롯해 섬세한 문양과 우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장신구와 화장 용기 등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금속공예품, 반닫이와 사방탁자, 문갑 등 조선시대 목가구, 삼국시대 토기부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 차와 관련한 서화작품이 전시돼 있다. 설명을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도슨트의 전시 해설이 진행된다. 해설 시간은 주중 오후 2시와 4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2시와 4시다.

호암미술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예쁜 정원인 ‘희원’이다. 전통 조형미의 근원인 차경(借景·주위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의 원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곳에서는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글과 사진·박지현 기자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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