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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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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태국에서 10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라트리(40) 씨는 한국에 친정엄마가 있다. 친정엄마는 바로 안교을(61) 아이코리아 하남시지회장이다. 엄마와 딸로 지낸 지 벌써 4년째인 이들은 웬만한 친지보다 공감대가 넓다. 4년을 한결같이 서로 왕래하며 지낸 덕분이다. 라트리 씨는 “엄마는 한국 생활에서 남편 말고 의지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안교을 지회장은 “딸 둘 아들 하나 있는데 4년 전부터 자식이 한 명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아이코리아 하남시지회가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인 친정엄마를 연결해 주는 ‘친정엄마 맺기’ 결연행사에서다.

하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아이코리아 하남시지회 회원들이 친정엄마가 되어준다. 1년에 10명씩 지금까지 결혼이주여성 30명에게 한국 엄마가 생겼다.

라트리 씨는 엄마가 생긴 이후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할 당시에는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만 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산 지 7년이 지났지만 한국어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하남시로 이사온 후 하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배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한국말이 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인 친정엄마와 대화하면서 더 많이 늘었다. 한국말을 술술 막힘 없이 얘기할 정도다. 지금은 음식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한국말은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지만 엄마랑 함께 김장하고 장 담그는 방법을 배웠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랑 매년 하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겠느냐”며 “혼자 고민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딸 두 명을 키우고 있는 라트리 씨는 엄마한테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상담한다. 특히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더욱 그렇다. 그는 “애들이 커가면서 인성이나 교육 등이 신경 쓰이는데 엄마는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운 만큼 수시로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커가는 아이들 교육문제도 함께 상의

한 달에 한 번 엄마와 함께 정기 모임을 갖는 라트리 씨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하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아이코리아 하남시지회에서 맺어준 30명의 친정엄마와 딸이 모여 매달 주제를 정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간장 담그기를 배웠고 3월에는 감자를 심었다. 3월 심은 감자는 6월쯤 수확해 다문화가정은 물론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작업장, 노인요양시설에 전달할 예정이다.

라트리 씨는 “엄마에게 직접 유휴지에 감자 심는 방법과 감자가 커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단순히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일까지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 지회장도 “지금은 한국에서 딸과 며느리지만 앞으로 자식이 커서 결혼하면 시어머니, 장모가 될 텐데 한국생활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일러줄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기 모임에서는 30명의 딸들을 위해 한국의 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수질정화시설 현장과 한국의 쓰레기처리 과정을 볼 수 있는 소각장 등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한국으로 시집 오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늘고 있지만 우리 딸처럼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는 이주자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3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주여성은 전국적으로 2만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라트리 씨처럼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입국 초기에는 집 근처의 교육시설을 찾아 한국어를 조금 배우지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본인의 의지가 약하거나 지방의 경우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 안 지회장은 “한국에 시집 와 살아도 교육을 받지 못하면 남편이나 자녀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은 물론 문화 등도 배울 수 있는데 비용은 모두 무료”라고 말했다.

정부도 결혼이주여성의 초기 적응을 위해 5월부터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전국 60여 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문화가족생활지도사’ 60명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가족생활지도사는 입국 초기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맞춤형 정보 제공과 조기 적응을 지원하고 결혼이주여성 간 정서적 지원을 돕는 1 대 1 멘토링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등을 운영한다.

라트리 씨와 안 지회장에게는 공통된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라트리 씨의 취업이다. 라트리 씨는 한국에 온 뒤 2007년 안산에 있는 휴대폰 조립공장에서 1년간 일했다. 그러나 둘째를 임신한 뒤 일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취업이 쉽지 않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안 지회장은 “딸이 사회생활을 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결혼이주자들의 취업이 쉽지 않다”며 “정부나 기업들이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일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해 준다거나 취업지원 교육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성희 / 사진·오상민 기자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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