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답률 0.08퍼센트.’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29번 문제의 정답률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 집합문제의 난이도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1997년 수능 수리영역문제 30개를 이미지화한 작품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이 흥미로운 이유다. 이 작품을 디자인한 슬기와 민(최성민·최슬기)은 “한국인에게 수학공부의 절정이자 끝이 되는 100분간의 30문항은 어떤 비장함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4 국제 현대미술 특별기획전 <매트릭스 : 수학-순수에의 동경과 심연>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제수학연맹 주최로 4년마다 열리는 수학계의 올림픽인 ‘세계수학자대회’ 한국 개최(8월 13~21일)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회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5천여 명의 수학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전시관 입구에는 수리영역 문제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디자이너 슬기와 민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제목 ‘매트릭스(행렬)’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가들은 수와 계산으로 통제당하는 현대사회에 주목했다.
단순히 수학 공식만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회화·조각·디자인·뉴미디어·사운드·건축공학·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우리 삶 속 수학적 현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디자이너 슬기와 민을 비롯해 베르나르 브네, 자비에 베이앙, 랜덤웍스(민세희+김성훈), 국형걸, 송희진, 김경미 등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해 작품 11점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수학화된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공식이 아닌 삶 속의 수학적 현상 표현
‘수학화된 오늘날’을 상징하는 벽화도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이자 개념미술가인 베르나르 브네는 수학 공식 등을 바탕으로 회화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벽면에 무질서하게 그려진 수학 공식으로 현대사회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도 수학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수학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컬러 오브 매스(Color of Math)>가 상영 중이다. 수학자이기도 한 영화감독 에카테리나 에레멘코는 2009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세드릭 빌라니 교수와의 대담을 필름에 담았다.
수학과 교수의 연습노트도 전시돼 있다. 송희진 작가의 <진리의 성>은 최재경 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가 30여 년 동안 기록한 10권의 노트를 확대한 작품이다. 각각의 수식과 이미지 사이로 보이는 “예의상 해야지”, “no problem”과 같은 낙서는 수학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글·김영문 기자 2014.11.03
기간 2015년 1월 1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3,4 전시실
문의 ☎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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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