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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소수’의 배려… 하나 되는 문화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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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악은 필리핀 전통 악기인 ‘반두리아’와 ‘옥타비나’로 연주한 <론다야>라는 곡입니다. 필리핀에선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들려주는 일종의 세레나데입니다.”

지난해 가을, 인천의 한 재즈카페에서 진행된 팟캐스트 ‘다문화 음악다방’ 녹음 현장. 9년 전 필리핀에서 우리나라로 결혼 이주한 손알린(36) 씨가 조금 서툰 우리말로 필리핀 전통음악을 소개했다. 손 씨는 “필리핀은 남미와 마찬가지로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음악과 춤 등 많은 영역에서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남미 음악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곡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참여한 이 팟캐스트 방송은 블로그와 스마트폰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시 들을 수 있어 최근까지 3천회 넘게 재생됐다.

‘다문화 음악다방’은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문화재단이 맡아 진행 중인 인터넷 방송이다. 이주민들이 모국 문화, 특히 음악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을 매개로 인천에 거주 중인 이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그들이 겪은 한국, 한국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며 이주민과 선주민들간의 소통의 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네팔·미얀마(버마)·일본 출신 이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10회에 걸쳐 각국 음악을 소개했다. 또 라틴 음악과 탱고 등 제3세계 음악을 소개하는 전문가 특강도 네 번에 걸쳐 진행됐다.

무지개다리 팟캐스트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제작자 방영문(33) 씨는 “처음엔 출연자들이 과연 모국의 음악과 문화를 잘 알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녹음을 마치고는 모두 즐거워했다. 음악을 매개로 서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했기 확인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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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영화제 등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행사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지개다리 사업 참여 기관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17개 기관 중 최대 규모인 2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이는 이주민 외에도 새터민,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다양한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돋보이는 기획으로 다른 주관기관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특히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문화’를 대주제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담은 북 콘서트, 세계문학 특강, 팟캐스트, 다문화영화제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며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11월 1일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영상위원회가 함께 개최한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항구도시, 다문화도시, 새터민도시라는 인천의 지역 특색을 살린 영화제로 이주민을 주제로 한 20편의 장·단편 영화가 출품됐다. 모든 영화가 무료 상영되며 이주민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은 행사였다.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두만강>의 감독인 재중동포 장률 감독과 선댄스영화제에서 <안녕, 평양>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 등 세계적인 감독들을 초청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3이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촬영 및 편집 장비를 대여하고 교육도 진행했다. 인천영상위원회 강석필 국장은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를 통해 이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영상으로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도록 전문 강사들이 참여한 강의도 마련했다”며 “이들의 실습 작품은 이주민 커뮤니티는 물론 올 가을 열릴 제2회 영화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2회 ‘디아스포라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인천 영종도에는 1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다. 때문에 많은 난민들이 인천으로 모이고 있다. 하지만 센터 설립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여러차례 문제가 발생했다. 난민과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이었던 욤비 토나 씨를 초청해 북콘서트 ‘내 이름은 욤비’도 진행했다. 인천지역 중·고등학교와 주민센터 등에서 10회에 걸쳐 열린 북 콘서트는 1천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며 대표적인 무지개다리 사업의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욤비 씨는 콘서트를 통해 국제 난민으로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전함으로써 한국의 소수자 인권 및 난민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진행한 문화다양성 자원조사 결과와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발굴·기획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천에 있는 또 하나의 중국 차이나타운과 화교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화교, 함께 사는 우리 이웃’, 새터민과 함께하는 ‘새터민 수다터’ 등은 물론이고 문화다양성의 영역을 확대한 성소수자 관련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특히 인천의 지역별 특성을 살려 인천 시민들이 각자의 삶터와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소수자와 만나고 서로 다른 부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인천문화재단 기획사업팀 정지은 과장은 “국내외를 잇는 창구이자 경계를 넘어서는 관문으로서의 도시 정체성을 형성해 왔고, 이에 걸맞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 국가적 배경이 어울려 공존하는 인천의 특징을 살리는 사업을 기획할 계획”이라며 “이주민 중심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 인식 개선을 위해 이주민·선주민이 함께하는 축제와 상호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상호 기자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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