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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분례의 눈물, 영산홍은 더욱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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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대술면에 숲길이 조성됐다.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방영웅의 장편소설 <분례기>의 주무대였던 곳이며 주인공이 직접 나무를 하러 다니던 옛길 ‘분례숲길’을 복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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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주인공 ‘분례’가 걷던 그 길을 실제로 만들어 마치 그녀의 이야기가 진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3대술면은 흔히 ‘장골’이라고도 부른다. 장 씨 문중이 모여 살던 곳이라 그렇게 불린다. 분례숲길은 이곳 장골 구석에 있는 분례숲 캠핑장에서 시작된다. 분례숲길이 조성된 대술면은 원래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통 4월 20일 전후로 벚꽃 축제와 마라톤대회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하지만 분례숲길 만큼은 그 흔한 벚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길의 시작부터 소설 속 분례의 인생처럼 순탄치 않고 험한 느낌이 든다. 10여 분을 걷다 보면 본격적인 숲길에 다다른다. 다행히 이제 햇볕도 들고 길도 평탄하다. 곳곳에 연분홍빛 영산홍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길이 지루하지 않다. 분례숲길은 1.5킬로미터와 3킬로미터 두 코스로 나뉜다. 두 코스 모두 낮은 산 정상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은 자라 머리와 닮았다 하여 ‘자라봉’으로 불린다.

출발 지점에서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 자라봉에 오르면 대술면 전경과 장골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이 험한 편이지만 대술면 어르신들이 험한 곳마다 줄을 매달아 놓아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자라봉을 지나 이제 코스를 나누는 중간 지점 ‘사정이 고개’로 향한다. 여러 갈래 길이 아니라서 그냥 쭉 걷기만 하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이쪽은 올라오던 길과 다르게 평탄하고 넓다. 참나무만 보이더니 이젠 솔숲으로 바뀌었다. 호젓한 기분에 걸음도 느려진다.

소설 속 분례는 이 좋은 경치를 나무하느라 제대로 못 봤을 것이다. 모진 매질에 실성한 뒤 다시 이 숲으로 사라진 그때나 한 번 맘 편히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숲길만 바라보던 시선을 넓은 곳을 향해 돌리니 산 아래로 하얗게 매화꽃이 피었다. 한참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 조경수 군락지가 보인다. 이어 발바닥의 감촉이 바뀐다.

딱딱한 아스팔트 길이 나타났다. 두 시간 가까이 걷는 동안 몰랐던 피로감이 아스팔트 때문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게 돌아서 두 시간이지 짧게 돈다면 한 시간 남짓 코스이니 어린 자녀들과도 충분히 걸을 만한 거리다.

글과 사진·김상호 기자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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