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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성별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세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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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무슨 사업을….”

12년차 벤처기업인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가 사업 시작 이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 대표는 2000년 공기청정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지금은 연 매출 40억원을 올리는 기업의 CEO다.

이 대표가 제조하는 제품은 공기청정기. 반지하에 살던 친구집에 놀러 갔다 아이디어를 얻었다. 환기가 필요한 작은 공간에서 자라는 친구의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저렸다. 도와줄 방법을 찾다 소형 공기청정기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해 품질을 검증받은 뒤에도 이를 직접 들고 다니며 팔아야 했다.

“아줌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요. 억척스러움입니다. 하하하. 벤처기업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이미지 아닐까요?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여리고 나약해서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들고 학원가와 PC방을 찾아 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문전박대당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스무 번 넘게 찾아가 주문을 받아낸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도 났고, 덕분에 판매도 점차 늘었다.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성에 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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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태계 위해 여성기업인 늘어야

이 대표는 아예 해외시장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모든 자금과 기술을 집중해 개발한 제품을 들고 스위스로 향했다. 2008년 열린 ‘제네바국제발명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대표의 공기청정기가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서야 한국에서도 제품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홈쇼핑과 통신판매를 통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성공에도 여성 기업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차가운 편이다. 지금도 이 대표는 사업 성공이 실력이 아니라 운이나 꼼수라는 뒷말을 듣는다.

“뭐 한번 호탕하게 웃어주고 잊어버립니다. 스팀 청소기를 만드는 한경희 사장도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둘이 만나면 수다 떨다 시간을 다 보내고는 해요. 여성 벤처기업인이 워낙 적어 그런 것 같습니다. 아줌마 벤처기업인이 많이 늘어나야 이런 소리가 쏙 들어가지 않겠어요?”

이 대표는 국가발전과 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여성 기업인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눈높이가 다르고 더욱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 CEO가 많을수록 사회에 필요한 제품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면 일자리도 늘어나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하면서 여자이니 봐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잘할 수 있음에도 여자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지요. 성별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글·조용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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