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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규제개혁이 너무 더딘 게 아닌지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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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함께 푸는 규제빗장! 달려라, 한국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1차 회의에서 논의한 규제시스템 개혁 및 현장건의·손톱 밑 가시 과제 추진상황이 보고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당초 8월 말에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1차 회의 때 제안된 과제들을 점검해 보니 규제에 묶인 과제들이 남아 있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규제 폐지의 날’을 예로 들고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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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뒤처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들의 현장 애로사항 및 분야별 애로사항을 경청한 뒤에는 “내일부터 추진해 달라”, “눈 딱 감고 풀어달라”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요청했다.

이날 2차 회의에서는 건축·인터넷·농업·지자체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경제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굵직한 규제개선 대책이 보고됐다.

도시·건축 칸막이-복합·덩어리규제 혁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규제체감도가 높고 경제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도시 및 건축분야의 칸막이 규제, 복합·덩어리 규제를 혁신하기 위한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연간 5조7천억원, 향후 5년간 29조원 규모의 신규투자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건축 분야와 관련해 이 자리에 참석한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도서관, 대학교, 주민센터 등 지역 곳곳에 문화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규제개선 대책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폐철도역이나 창고 등을 소규모 공연장으로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이정면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심의를 받으며 열심히 답변을 만들어가면 한 달 뒤 다른 분이 오거나 같은 분이 다른 말을 해 심의만 여섯번을 받았다”면서 건축심의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경기 고양시의 세대산전 이홍근 대표는 “저희 공장지역이 농림지역이다 보니 건폐율 20퍼센트 규제로 인해 땅은 공장용지인데도 증설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8월 13일 총리 주재 규제개혁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기했는데 민관합동 규제개혁추진단으로부터 올해 11월 이후 증설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번 건폐율 완화로 공장을 증설하면 기존 수출물량의 10배 수출에 90명 신규고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홍원 총리는 “26억원을 투자하면 90명의 일자리 창출이 생긴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정부 차원에서 해소하기로 하고 국무조정실에서 나섰다”고 그간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들이 현장인 고양시를 방문했더니 실제로는 농림지로서 가치가 전혀 없어 대통령 말씀처럼 국토부에서 눈 딱 감고 수용하는 바람에 빨리 해소됐다”면서 현장에 직접 가면 확실히 해답이 있음을 강조했다.

인터넷-규제혁신을 통한 경제활성화 본격 가동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식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분야를 포함해 융합신시장·국민생활경제 등의 3대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해서는 회원가입, 상품선택, 결제 등 전 단계의 규제를 종합 정비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도 국내 온라인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져 2017년에는 연간 온라인쇼핑 수출액 3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또한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그간 오랜 관행으로 국민불편과 비용을 초래한 낡은 규제와 관행을 정비한다. 특히 올해는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종이문서 사용관행 철폐에 집중할 계획이다(7페이지 표 참조).

전자영수증 도입, 부동산계약서 유통·관리 전자화 등으로 2017년부터 연간 2,400억원 이상 비용절감, 3G로 활용되던 이동통신 주파대역의 LTE로의 활용 촉진, 향후 5년간 8천억원 이상의 투자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분야와 관련해 고규영 KG이니시스 대표는 “지금 세계는 간편한 ‘원 클릭’ 결제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면서 “전자상거래 결제간편화 및 이용 촉진은 기존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간편결제 표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수일 11번가 대표 역시 “외국에서는 스마트폰만으로 수표까지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하며 “우리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통시장,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결제하고 수표를 입금하는 환경이 구축되도록 관련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업-규모화·전문화… 들녘경영체 지원 상한 확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규모화·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6차산업화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전면적 개방화라는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나아가 농업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업·농촌의 긍정적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존의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통해 농업을 규모화·전문화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외부 자본의 농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3년간(2015∼17년) 3,8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7,900억원의 매출액 증가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들레건축사사무소의 이종혁 소장은 귀농·귀촌과 관련해 “전원마을 사업을 하고자 할 때 토지 매입부터 규제에 걸려 어려움을 겪는다”며 “도시민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남 홍성군의 장미선 소문난수산 대표는 “농촌뿐 아니라 어촌에서도 젊은이들이 귀어(歸魚)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지자체-규제지수·지도 공개… 자율경쟁 유도

자치단체 간 규제 편차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규제지수와 규제지도가 제작돼 국민에게 공개된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지방규제개혁 중점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간 자율경쟁을 통한 지방규제개혁을 추진해 올해 안에 불필요한 지방규제 10퍼센트를 감축할 계획이다.

안행부는 지자체에서 등록한 규제 5만2천여 건을 전수조사해 실제 규제애로로 작용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 지속 발굴 중이다. 감축 대상은 ▶법령근거 없는 지자체 임의규제 ▶법령개정사항 미반영 규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 ▶내부지침 등이다.

감사원-소극행정 관행 개선

황찬현 감사원장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노력과 아울러 지자체의 소극행정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보고 지난 4월 감사원이 운영하는 6개 국민·기업불편신고센터에서 소극행정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며 “부작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비리에 준해 엄단하고, 면책사례를 적극 알려 일하는 공무원에 대한 보호를 분명히 하겠다”고 거들었다. 부산에서 온 김경호 씨는 “총 300억원이 드는 사업을 펼치려 68억원짜리 토지를 구입했는데 잔금을 납부하고 구청에 건축 허가를 접수하니 또 다른 고시가 있어서 건축 허가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시와 구청 사이에 낀 민간인으로서 어쩔 수 없으니 이 형제의 싸움을 정부가 말려달라”고 하소연했다.

대전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박정숙 씨는 “제가 운영 중인 학원이 있는 건물에서는 간판을 달거나 유리창에 표기할 수도 없는데, 길 하나 건너편은 가능하다”며 법과 현실의 괴리를 없애줄 것을 호소했다.

정홍원 총리는 “민원인의 하소연이 어디서 왔는지 원인을 철저히 알고 열정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과감한 수술을 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이제 감사원도 나서고 있다”며 “규제개선이 제도개선으로 그치지 않고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실질적 규제개선을 강조했다.

글·박경아 기자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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