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신뢰가 쌓이면 작은 통일 통해 큰 통일

1

 

2“조그만 합의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는 것이 통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통일 방법론에 대한 각계각층의 생각이나 정책들을 수렴해 통일원칙을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대통령 소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부위원장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11월 9일부터 5박 6일간 폴란드·독일·영국 출장, 12월 2일부터 4박 5일간 미국 출장을 마친 지 불과 이틀 뒤로 “각국 정부 관계자, 학계 전문가들을 만나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자문을 얻느라 무척 바빴다”면서도 지치지 않은 기색이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통일대박’론,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한반도의 통일미래를 제시하고 체계적인 통일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7월 15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로 출범했다.

그간의 통일준비위원회 분과별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4개 분과에서 총 20여 개 과제를 추진해 왔습니다. 외교안보 분과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작동을 통한 북한의 병진정책(핵과 경제발전 동시 추구) 변화를 검토 중입니다. 경제 분과에서는 북한의 농촌 발전, 인프라 구축 등에서의 경제협력 방법을 모색하고 사회·문화 분과에서는 대통령께서 이번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광복 70주년 남북공동 기념행사 개최 등을 추진 중입니다. 정치·법제도 분과는 통일비전, 통일헌장 로드맵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통일헌장’은 무엇입니까.

“통일헌장은 통일비전의 핵심이면서 궁극적인 통일한국의 상(像)이기도 합니다. 일단 통일헌장을 만들고, 그러한 통일한국을 만드는 과정인 로드맵을 그리게 되는 것이죠.”

통일헌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면 서독의 기민당·사회당이 서로 다른 통일방법론을 말하면서도 ‘접촉을 통한 변화’와 같이 서로 일치하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남남갈등이 존재하고 정당 혹은 정파에 따라 통일 관련 생각이나 정책이 다릅니다. 이를 초월해 적용할 수 있는 통일원칙을 찾아 향후 지속적인 통일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 시안을 만들어 내년 봄부터 국민공청회, 토론회를 열어 합의된 통일헌장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이외에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평화통일상을 제정해 통일에 공헌한 사람, 특히 국민공감대 형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는 ‘준비를 위한 준비’를 했으니 내년에는 작은 부분이라도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 결실이란 게 정상회담같이 큰 결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조그만 합의부터 시작해 신뢰가 쌓이면 작은 통일을 통해 큰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방문에서 통일 준비와 관련해 어떠한 경험을 얻으셨는지요.

“폴란드는 1989년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가장 성공적으로 시장경제 쪽으로 이행한 국가입니다. 독일 통일 이후 촉진된 유럽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가장 활발한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국가가 유럽연합(EU) 형성에 있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요. 폴란드에 이어 독일을 방문한 게 베를린장벽붕괴 25주년 기념일(11월 9일) 바로 다음날이었어요.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독일 통일이 이뤄진 이후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독일 통일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영국의 반대였는데 미국의 설득이 컸다고 해요. 특정 국가를 대입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 주변 상황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정부 인사, 학계 전문가들 가운데 통일준비위원회와 통일대박론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 설명도 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왔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스웨덴 출신)을 만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과 관련해 협조를 구했습니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등 연구기관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셨죠.

“통일준비위원회 규정에 통일교육자문단, 언론자문단 등과 함께 ‘국제특보단’이 명시되어 있었어요. 얼마 전 전체회의에서 이를 국제자문단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내년 초 구성할 계획입니다. 이번 미국 방문길에 만난 전문가들에게 국제자문단 활동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했고, 미국 정부와 유엔에서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북한과는 어떻게 통일 논의를 해 나갈 수 있을까요.

“남북관계 경색의 배경에 북한 핵문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한 대북 제재인 5·24조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의 남북관계는 추진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께서 5·24조치가 풀지 못할 장애물은 아니고, 남북이 만나 얘기하면 그보다 더한 것도 풀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고위급회담 재개를 요청했고, 북한이 대화에 나서길 기대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통일입니다. 흡수통일은 돈도 많이 들고 남북한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고요. 조그마한 대화가 이뤄지고 신뢰가 쌓이게 되면 남북관계는 점차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글·박경아 기자 2014.12.22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