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이웃 어른 모두가 아이들 선생님

1

 

“여러분이 아는 철학자의 이름을 말해볼까요?”

“플라톤이요.”

“아리스토텔레스요.”

초등학교 4학년의 답변 수준치곤 놀랍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 평생학습센터 1층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도서관 이용교육 수업 현장이다.

“이런 철학자들이 쓴 책은 몇 번으로 분류하죠?”

“일공공(100)!”

2

 

이날 수업은 전민초등학교 4학년 4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십진분류법에 따라 도서관에서 책을 어떻게 분류하고, 보관하는지 배우고 책의 성격에 맞게 직접 책을 분류해보는 활동이다. 어린이들이 책과 조금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을 도서관 활동가들이 직접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수년째 계속해온 수업이라 프로그램 내용이 체계적이고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수업에 참여한 김채윤(11)양은 “크기나 모양으로 나누는 줄 알았는데, 책을 꽂아두는 것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이제는 친구들과 와서 보고 싶은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퉁이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 도서관이다.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1998년 개관했다. 2000년 전민동 작은 지하 건물로 이전해 10년을 보낸 뒤 2010년 지금의 평생학습센터로 옮겼다. 덕분에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도서관 내부는 위층 다락방과 아래층 비밀방으로 분리된 복층 구조다. 보고 싶은 책을 찾아 마음에 드는 구석자리에 가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장소에서 온전히 책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혜성(11)군은 “방학 때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지낸다”며 “책도 있고, 친구도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3사실 공공도서관은 지역민들이 이용하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 보통 자치구별로 하나씩이라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서적 대여와 반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은 있는데 읽는 사람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최근 작은도서관이 ‘책 읽은 문화’를 확산시키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마을 도서관 만들기 운동에 힘이 실리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4천여 개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모퉁이도서관은 이런 작은도서관의 대표격이다. 2002년 공동체 도서관으로 전환한 모퉁이도서관은 주민이 직접 운영한다. 운영비는 주민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활동가들이 직접 사서를 맡아 인건비를 절감한다. 보유한 도서는 2만3천여 권에 달한다. 규모로만 보면 ‘작은’도서관이 아니다.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이 매년 많은 양의 도서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보희(49) 관장은 “50여 명의 활동가가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책 향기를 전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주민들이 취미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퉁이도서관이 마련한 사업 중에서도 ‘마을특강’이 가장 눈에 띈다. 지역주민이 직접 강사로 나서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주민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관장은 “주변의 생활 속 전문가가 직접 선생님이 돼 주민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라며 “꽃집 아저씨, 미술학원 선생님, 와인가게 아줌마 등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마을 특강은 지역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업을 들으려는 주민이 크게 늘었다.

매년 10월에는 인근 근린공원에서 ‘모퉁이 마을 책잔치’를 연다. 집에 있던 책을 사고파는 장터인 동시에 각 나라의 의상과 음식, 놀이 등을 소개하는 뜻 깊은 행사다. 연구기관이 몰려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가정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한 행사다. 김 관장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도서관이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최근에는 공부와 성적에 지친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장원석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