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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따, 따, 따… 더불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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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중학교. 단축수업과 축구대회로 학교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지만, 본관 4층 음악실에서는 트럼펫과 튜바 등 금관악기를 든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듯 악기 손질을 하고 있었다.

명일중학교 음악봉사 동아리 ‘늘빛브라스밴드’ 단원들인 이들은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여름방학에 대한 기쁨도 잠시 미뤄둔 채 8월 두 차례 예정된 공연에 대비해 방학일부터 2박 3일 동안 합숙캠프에 들어갔다.

튜바를 연주하는 3학년 조석배 군은 “내일 방학식을 마치면 집에 갔다가 바로 다시 학교로 와야 해요. 쉴 시간도 없어요. 오후 2시부터 캠프거든요”라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합숙 재미있어요”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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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밴드(Brass Band)는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합주단을 뜻한다. 경우에 따라 타악기가 함께 편성되기도 하지만,늘빛브라스밴드는 금관악기로만 편성됐다. 트럼펫 6명, 트럼본 3명, 호른 4명, 튜바 2명으로 단원 15명 모두가 악기 하나씩 맡아 연주한다. 2013년 결성된 늘빛브라스밴드는 단원 대부분이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밴드다. 여느 연주 동아리와 달리 봉사가 우선이다. ‘늘빛’은 학교 이름 명일(明日)의 순우리말인 동시에 어려운 이웃에게 늘 밝은 빛이 되어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8월에 예정된 공연도 이웃을 위한 연주봉사 활동의 일환이다. 6일 원자력병원, 7일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각각 ‘한여름 밤의 꿈’,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음악회를 연다.

지난해 5월 첫 오디션… 15명 선발에 2 대 1 경쟁률

동아리 지도를 맡은 권유진(30·명일중) 음악교사는 “교내 오케스트라 결성을 위해 여러 사업에 공모하던 중 지난해 서울시·서울시교육청의 ‘중학교 음악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됐다”며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꿈과 인식을 전하고자 연주봉사동아리를 구성하게 됐다고 했다. 금관악기를 선택한 것은 “희소성 있는 금관악기부터 편성하고 나중에 현악기를 추가하려는 구상”이었다고. 금관악기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권 교사는 서울시 지원금 1,500만원 한도 내에서 교육용으로 적합하면서 공연도 가능한 금관악기 15점을 구입하느라 인터넷을 다 뒤졌다. 강사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음악교육 전문 사회적 기업 ‘에듀케스트라’로부터 저렴한 레슨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해 4월 “오디션으로 단원을 선발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돌리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5월 초 오디션에는 30여 명이 지원해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관악기 연주는 만만치 않았다. 2차 오디션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리조차 내지 못해 힘들어했다. 잘 늘지 않는 실력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서로 다독거려가며 연습을 했다. 그렇게 준비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의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권 교사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며 기쁨을 주는 것에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어요”라고 전했다.

이후 교내외에서 크고 작은 행사에 참가해 연주봉사를 했다.

지난해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문에서 9월과 10월 각 한 차례씩 야외 연주를 했다. 학생들은 단원들에게 환호성을 보내고 감사 인사를 했다.

활동상이 알려지면서 외부 행사에도 참가했다. 지역단체 행사에서도 봉사연주를 하고, 서울시 ‘청소년 창의서밋’ 폐막식 공연에도 참가했다. 교내 독서캠프 때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늘빛브라스밴드는 화요일 방과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외부 강사의 레슨을 받는다. 공연이 잡히면 연습량을 늘리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스케줄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공연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한다. 학생들은 금관악기를 맘껏 연주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늘빛브라스밴드는 활력소예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니까요.” (김태윤·2학년·트럼펫)

“평범했던 내가 악기를 불고, 음악활동을 하면서 다른 애들과 달라지는 것을 느껴요. 자아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송혜정·3학년·트럼펫)

“늘빛브라스밴드는 학교 같아요.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함께 모여서 가르쳐주시기 때문이에요.” (원중호·2학년·튜바)

연주봉사는 사춘기 성장통 학생들의 버팀목

연주봉사는 사춘기 성장통을 겪는 학생들에게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한 학생단원의 학부모는 전화통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증세가 심해져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연주봉사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친구들도 많아져 지금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성격도 밝아졌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권 교사는 이런 긍정적 효과에 대해 “금관악기의 음색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다. 처음 소리 내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지만 어느새 푹 빠진다. 사춘기 불안한 아이들의 정서에 분명하고 힘있는 금관악기의 음색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현재 늘빛브라스밴드 단원 중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한두명이다. 3학년 단원의 대부분은 내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학업에 전념하느라 연주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연주한 기억,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나눔의 미덕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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