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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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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지난해 3월,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만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수업을 듣는 주경야독 생활을 하는 법무법인 실장. 명지대 법과대학 글로벌법무금융학과 2학년 이상엽(29) 씨 이야기다.

이 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남다른 진로를 찾아 특성화고에 진학,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한 뒤 지난해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생이 됐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삶의 종착역은 아닌 것 같아서 한동안은 대학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평소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난 3월 초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캠퍼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서는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달려온 젊은이다운 열정이 엿보였다.

중학교 시절, 입시 준비하는 고등학생 형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도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면 3년 동안 그 형들처럼 지내야 할 것 같아 다른 길은 없는지 찾았다. 당시 이 씨의 눈에 띈 곳은 개교를 준비 중인 수원 하이텍고등학교였다. 친구들과 다른 출발을 한다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는 부모님이 힘이 됐다.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친구들이 수능 공부에 매진할 때 그는 학과 공부 이외에 컴퓨터, 정보통신(IT) 등을 다양하게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들도 취득했다.

고교 3학년 취업 시즌을 맞아 현장학습 장소로 경기 용인의 한 도서물류센터를 택했다. 책 주문이 들어오면 수만 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선반에서 책을 찾아 검수대에 올려놓는 일을 맡았다. 좋은 책을 찾아 읽기에 적합한 기회였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던 ‘형’들이 군대는 빨리 다녀오는 게 좋다고 조언해줘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5월 입대했다.

 

“군대에서 성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유와 책임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어요. 성인이 된다는 것에는 자유만이 아니라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2005년 제대해서 2007년 1월 법무법인의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이 씨에게는 자신을 시험해 보는 기간이었다. 군복무 중 그는 ‘대학에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입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그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았다고 한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컴퓨터, 영어 등 취업 준비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해외 여행을 다니며 젊어서 여행은 공부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기도 했다.

그가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린 것은 “평소 법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군필 고졸’이란 이 씨의 ‘스펙’은 대중적 기준에서 바라본다면 초라할 수도 있었지만, 법무법인 대표는 이 씨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채용했다. 인턴으로 시작해 2008년 1월 정식 사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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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아니라 간절한 필요에 의해 배움의 길로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어려운 문제들도 있었으나, 법대를 졸업하고 월드비전에서 일하고 있는 누나를 통해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일하는 법을 배웠다. 또 이해되지 않는 법률지식과 문제들에 대해서도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대표의 믿음에 부응하듯 그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해냈고, 2011년에 실장으로 승진했다. 주변에서 부러워했지만 그는 오히려 위기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승진 소식과 함께 이 씨는 책에서 읽었던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명언 “길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지 말고 길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 너의 발자취를 남겨라”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 진학 결심을 굳혔다.

“저의 실무 경험도 살리고 법무 분야를 좀 더 익힐 수 있는 학과를 찾던 중 명지대에 글로벌법무금융학과가 있고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명지대 글로벌법무금융학과는 2013년 신설된 학과로 이 씨와 함께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모두 4명이다.

그는 “취업이나 스펙을 얻기 위해 대학을 온 사람과 저처럼 필요에 의해 배우러 온 사람들과는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날 것”이라고 선취업 후진학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도 자주 하게 되고, 잘못 알거나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습득하는 기쁨이 큽니다.”

덤으로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급생들과 함께 교육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일하면서 야간에 수업을 받다 보니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씨의 꿈은 대학 졸업 후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며 한국을 알리고,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에게 대학은 또 다른 길을 가기 위한 터닝 포인트다.

글·남창희 객원기자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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