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계모에게 맞아 죽은 8세 여아 ‘서현이 사건’의 피의자 박모(40) 씨에게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 심리로 11일 열린 박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계모 박모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0퍼센트 가량이 친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현이 사건’의 경우는 계모가 가해자였지만 학대 사실을 묵살해 온 아버지 역시 친부였다. 가해자가 친부모일 경우 아동학대 피해자 스스로 폭력을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을 보호할 만한 법이 마련돼 있더라도 이 같은 내용을 알기조차 어렵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학대 피해 어린이의 상당수가 결손·빈곤 가구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학대 가정의 44퍼센트는 한부모 가정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빈곤이 학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대는 흔히 폭력을 우선으로 떠올리지만 아동학대의 33.3%퍼센트 방임이나 유기다. 지난해 고양시에서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채 발견된 10대 세 자매의 경우도 2년 가까이 부모로부터 방치된 채 비참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의 경제적 기반이 약해지면 제일 먼저 피해를 당하는 대상이 연약한 아이들인 것이다. 부모가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의 복지를 위한 틈새 메우기가 본격화된다.
경기도 내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윤혜경 씨는 항상 남자아이를 데리고 은행을 찾는 김모(37) 씨가 못내 수상했다. 아이는 초등학생 또래로 보였지만 ‘지금 학교 갈 시간 아니니?’라고 물으면 어눌한 목소리로 ‘학교 안 다녀요’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앙상하게 마른 아이의 팔과 얼굴엔 얼룩덜룩한 멍이 들어 있기도 했다.
결국 윤씨는 지난해 10월 김 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아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현장조사 결과 아이의 등과 허벅지, 엉덩이 등에서 상흔이 발견됐다. 볼과 입술, 눈은 오래도록 멍이 들어 갈색으로 변했고, 심하게 부어 있었다. 학대를 가한 여성은 아이의 친모였고,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훈육을 빙자한 체벌을 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관할구청은 아이가 친모와 떨어져 지낼 임시 가정을 연결한 후 병원 치료와 병행해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학대를 가한 친모는 부모교육을 받고 지속적인 상담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아이는 김씨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관계가 회복됐다고 판단해 본래 가정으로 돌아간 상태다.

학대 위험 노출된 어린이 조기발견 체계 구축키로
이처럼 아동 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지금까지는 ‘원 가정 복귀’로 귀결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친권을 가진 친부모라는 이유만으로 학대 정도와는 관계 없이 교육·상담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해자가 친부모라 하더라도 죗값을 달게 받게 된다. 오는 9월부터 아동 학대 신고 시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경찰관이 즉시 개입해 수사한다.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퇴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친권행사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지난달 28일 정홍원 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아동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학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동에 대한 조기발견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신고의무자 직군(의사·교사 등 24개 직군)의 양성·교육과정을 통해 즉시 활용 가능한 아동학대 간이점검표를 보급하기로 했다. 신고의무자의 신고 불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보시스템(예방접종·건강검진 미실시 아동, 학령기 미취학 아동 등)을 활용해 아동학대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가정방문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노력도 계속된다.
피해아동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사와 진술조력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대 고위험군 가정이 거주지를 이전할 경우에는 이전 시 시·군·구 담당공무원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간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고 피해아동이 초등학교 졸업 시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복지자원 연계를 통한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지역사회 복지자원을 활용해 아동학대 고위험군의 가정 기능을 회복시키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실시한다.
각종 사회서비스(드림스타트, 희망복지지원단) 연계 지원을 통해 학대 발생 요인이 되는 가정 내 근본적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예방 교육·홍보와 관련해서는 아동 스스로 학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상 의무규정인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교의 아동안전교육을 충실히 이행하고 아동학대 심각성을 알리는 공익광고 송출 및 온라인교육 등을 통한 일반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가정법원의 아동보호사건 보호처분제도를 활용해 경미한 학대에도 부모에 대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상담 수강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가해자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아동 학대 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별도 감경 사유 없는 한 집행유예 불가)을, 학대 중상해의 경우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및 상습범은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는 형 집행종료·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운영이나 취업 등의 제한을 받는다. 이들 조치를 담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복지법은 지난달 28일 공포됐으며 시행은 9월 29일부터다.
글·허정연 기자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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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