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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하늘 아래 첫 동네에 핀 ‘문화예술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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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남으로 힘차게 뻗어나온 백두대간 줄기가 태백산을 거쳐 남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수령이 되는 함백산. 강원 정선군의 최남단에 위치한 고한읍은 이 함백산에 기대어 생겨난 마을이다. 한때 석탄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이곳이 몇년 사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강원랜드와 하이원 스키장. 조용한 산간마을과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거대한 두 물결이 마을의 모습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아니 마을의 모습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생활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발걸음을 두문동 마을로 정했다. 함백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두문동재를 바라보고 자리한 두문동은 1천 고지가 넘는 곳에 자리해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이다.

“지금은 볼품이 없지만 그래도 이 계곡이 예전에는 우리 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곳이라고. 마을 아낙들이 모두 여기로 나와 빨래도 하고 잡담도 나누고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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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한2리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이원우 씨의 말이다.

“나도 탄광에서 일을 했지. 가게는 우리 집사람이 운영했고. 탄광 일도 그렇고 가게도 그렇고 80년대 중반, 그러니까 85년도가 전성기였지. 그때는 고한읍 인구가 3만명을 넘었었는데 당시 정선군 전체 인구가 12만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대단해. 못 믿겠으면 이 사진들을 좀 보라고.”

이원우 이장이 가리킨 사진은 운동장에 바글바글 모인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아마도 운동회 때 찍은 사진인 듯 싶다. 사진 속에서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학교 뒤로 빼곡히 들어찬 집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20년 전의 모습이라고 했다. 고한읍에서 인쇄물로 제작한 두툼한 사진첩 속에는 이처럼 고한읍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척탄좌·예술·광산의 합성어, 삼탄아트마인

“그런데 그게 한순간이더란 말이지. 1989년에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탄광들이 하나 둘씩 폐광을 하더란 말이야.

그때 사람들이 많이 떠났어. 나도 그때 잠시 고민을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와버렸네. 어쨌든 그때 떠난 사람이 줄잡아 1만명 이상은 될 거야. 그리고 얼마 뒤에 대성국민(초등)학교도 폐교가 됐지. 지금? 동네에 초등학생은 둘뿐이야. 참 슬픈 일이지.”

두문동 마을이 광부들 삶의 터전이었다면, 정암광업소는 그들의 일터였다. 석탄을 캐내던 탄광이라는 말이다. 한데 지금은 그 모습을 전혀 달리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폐광된 이곳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탓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글자수를 줄인 삼탄과 예술의 아트(Art), 그리고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Mine)을 합쳐 놓은 말로, 삼척탄좌를 새로운 예술광산으로 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62년부터 2001년까지 40여 년간 석탄을 캐내던 검은 광산의 화려한 변신인 셈이다.

삼탄아트마인 관람은 삼탄아트센터에서 시작한다. 삼척탄좌 시절 종합 사무동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경사지에 기대듯 자리한 삼탄아트센터는 로비가 4층에 위치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삼탄아트마인의 중심 공간답게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예술작품이 자리해 있다. 길쭉길쭉 우스꽝스러운 사람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사과 그림이 들어간 거대한 모빌도 보인다.

3층은 삼탄자료실과 삼탄뮤지엄으로 꾸며져 있다. 삼탄자료실과 삼탄뮤지엄은 삼척탄좌 시절의 자료와 당시 광원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철제 수납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광원 일지’와 당시 광원들이 사용했던 무전기, 방독면 같은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광원들에게 지급했던 급여명세서와 거래 은행에 필요한 인감신고서 등도 보인다. 박물관이라고는 하지만 부분 조명과 나무박스를 이용해 갤러리처럼 꾸며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2층에는 세계미술수장고와 기획전시실이 자리해 있다. 세계미술수장고를 가득 메운 10만여 점의 미술품은 김민석 삼탄아트마인 대표가 30여 년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것들로 유럽이나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 구입한 희귀한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삼탄아트센터에는 삼척탄좌 시절 사용했던 공간을 그대로 갤러리로 활용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2층 샤워실과 1층 세탁실. 이곳은 기존의 공간에 예술적 표현을 더해 삼척탄좌 시절 광원들의 삶을 표현해 놓았는데 샤워실은 광원들의 폐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세탁실은 실제 사용했던 세탁기와 작업복을 이용해 공간을 꾸몄다.

구절리역~아우라지역 폐철로엔 레일바이크 달려

정선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는 레일바이크이다. 본래 이것은 정선 일대에서 채취한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개설된 산업철도였다. 하지만 더이상 이곳에서는 탄가루 날리는 철마의 우렁찬 기적소리를 들을 수 없다. 대신 30여 년을 이어온 정선선의 추억을 간직한 채 레일바이크가 그 길 위를 힘차게 달려나간다.

레일바이크 이용권은 인터넷 예약과 현장 판매가 절반씩 이뤄지기 때문에 인터넷 예약이 매진되었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두르기만 한다면 현장에서도 얼마든지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으로 구분된다. 둘의 차이는 뭘까. 좌석 수 외에도 페달의 위치에 조금 차이가 있는데, 4인용의 경우 2열로 이뤄진 좌석 중 뒷자리에만 페달이 설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레일바이크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한다. 일단 출발한 뒤에는 임의로 멈추거나 철로에 내려서는 절대 안 된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는 7.2킬로미터로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시원한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름치를 형상화한 거대한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레일바이크의 종착지, 아우라지역이다.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으로 돌아올 때는 풍경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초기에는 버스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풍경열차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글·정철훈(여행작가)/사진·한국관광공사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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