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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따, 할아버지 인심 좋으셔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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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아따, 할아버지~ 조금만 더 주셔요잉~.”

“아 이렇게 많이 줬는데 또 달라고?”

“딱 한움큼만 더 주시면 좋겄는디.”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5월 20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제일시장이 들썩거렸다. 시금치를 사이에 두고 주인과 손님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결국 주인 할아버지가 한 손으로 시금치를 듬뿍 집어 검은 봉지에 넣어주고 나서야 실랑이는 끝이 났다. 손님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내가 이래서 할아버지가 좋당께. 다시 올게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은 여주오일장이 열린 날이었다. 여주오일장은 매달 5·10·15·20·25·30일에 열린다. 여주농협을 중심으로 가로 약 150미터, 세로 약 50미터에 걸쳐 좌판들이 펼쳐졌다. 좌판 위로는 제철나물,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생선, 손수 만든 지짐이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올라와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는 어르신부터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한 걸음을 내딛는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시장 구경에 나섰다. 정지선(35·경기 여주군 가남면) 씨는 딸 송주은(3) 양의 손을 잡고 오일장을 찾았다. 자동차로 20분을 달려 이곳에 왔다는 정 씨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시장에 왔다”며 “아이가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 신기해 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 월송동에 위치한 연라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준호(11) 군도 엄마 손을 잡고 오일장에 왔다. 준호 군은 “장이 열릴 때마다 엄마와 함께 구경하러 온다”며 “오늘은 소시지를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말했다.

여주오일장은 경기 성남에서 열리는 모란시장에 이어 수도권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 오일장이다. 규모가 크고 산지 농산물을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정지선 씨는 “대형 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인심이 푸짐해 전통시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접 농사지은 마늘을 가지고 와 좌판을 벌인 70대의 한 어르신은 “손님들이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며 “다들 어려우니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3고려 시대 생겨… 수도권 두번째로 큰 오일장

여주오일장은 고려시대 즈음부터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삼국시대부터 여주의 조포나루와 이포나루는 서울 마포나루, 광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불렸다. 충주에서 한양까지 풍물을 실어나르던 중간 지점인 여주에 자연스럽게 장이 생겨나게 됐다.

여주오일장은 여러 장터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들 사이에서 목이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 제일시장 번영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명윤(51) 씨는 “여주는 교통이 편해 전국에서 오기에 좋고 손님들이 많아 상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울긋불긋한 커다란 파라솔을 펴고 녹두전, 동태전, 고추전, 막걸리 등을 파는 허경선(60)·허경운(57) 씨 자매는 인근의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다. 허경선 씨는 “가남면에서 열리는 가남시장에서도 장사를 하는데 여주장이 훨씬 손님이 많다”며 “다른 장에 비해 활기가 넘쳐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여주의 특산물인 쌀로 만든 막걸리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여주의 특산물인 고구마, 땅콩 등을 맛볼 수 있다.

글·김혜민 / 사진·김현동 기자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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