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열차도 탔으니 땅굴은 가보는 게 좋겠지?”
“그럼, 기왕 가는 김에 다 보고 오는 게 낫지. 또 언제 오겠어.” 승객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열차를 가득 메웠다. 엄마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부터 다정하게 두 손을 맞잡고 있는 70대 노부부까지 40여 명의 관광객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열차 안에 앉아 있었다. 지난 5월 26일 오전 8시 20분 서울역에서 출발해 도라산역으로 가는 ‘DMZ 트레인’의 내부 모습이었다.
이 열차는 서울역과 도라산역을 하루 2회 왕복한다. 임진강역과 도라산역 사이의 임진강 철교를 오가는 열차는 이 열차가 유일하다. 도라산역은 DMZ(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남한의 최북단역이다. ‘DMZ 트레인’은 지난 5월 4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2009년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발생한 월북 시도 사건으로 2012년 1월 전면 중단됐던 도라산역과 도라산 평화공원 일반관광이 재개된 것이다.
‘DMZ 트레인’ 내부는 전쟁·생태·기차를 주제로 한 150여 장의 사진들로 꾸며져 있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장인 중동부전선이 담긴 사진부터 1954년 마릴린 먼로가 한국을 방문해 미군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했던 사진까지 한국 전쟁의 면면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들이 열차를 수놓았다.
프랑스 청년 세바스티안 씨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열차에 올랐다. 세바스티안 씨는 신기한 듯 열차 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중이었다. 영화 분야에 종사하는 그는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세바스티안 씨는 “한국 여행을 온 김에 6·25전쟁과 관련된 역사적인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DMZ 트레인’을 타게 됐다”며 “오늘 일정이 많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전 8시 3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1시간가량 달려 임진강 철교를 지나자 비장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철교의 오른편으로는 6·25전쟁 당시 파괴됐던 오래된 교각들이 나타났다. 임진강 철교는 원래 2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었으나 전쟁 당시 하나가 파괴돼 철교 교각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상균(80) 어르신은 아내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어르신은 “6·25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로서 이 열차를 타니 감회가 새롭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에 대한 생각이 더욱 난다”고 이야기했다.
‘DMZ 트레인’은 잠시 임진강역에 멈췄다. 민통선을 넘기 직전 승객들의 출입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상균 어르신은 “10대 때 걸어서 개성까지 갔다왔는데 몇십 년 만에 이렇게 열차를 타고 왔다”며 “지금은 못 가지만 다음에는 개성까지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안보관광 통해 분단의 비극 실감
출입 검사를 마친 승객들을 태운 열차는 5~7분가량을 달려 오전 9시 50분 종착역인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관람하려면 임진강역에서 안보관광 신청을 해야 한다.
도라산역만 둘러보고 올 경우에는 안보관광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도라산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인 DMZ 남방한계선에서 700여 미터 떨어진 남쪽 최북단 역이다. 도라산역은 2002년 4월 11일 개통됐다. 안보관광을 신청한 관광객들은 도라전망대를 둘러봤다. 이 전망대는 개성의 송학산,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다. 이날은 안개가 끼어 북한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관광객들은 헌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전망대를 둘러본 관광객들은 버스를 타고 제3땅굴로 향했다.
1978년 우리 군에 의해 발견된 제3땅굴은 문산까지의 거리 12킬로미터, 서울까지의 거리 52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폭 2미터, 높이 2미터, 총 길이는 1,635미터로 시간당 3만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하다. 관광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거나 걸어서 제3땅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제3땅굴로 들어가자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중국인, 미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제3땅굴을 둘러보고 있었다.
2시간에 걸쳐 안보관광을 마친 후 관광객들은 도라산역에서 ‘DMZ 트레인’을 타고 임진강역으로 향했다. 열차를 타고 바로 서울역으로 갈 수도 있고 임진강역에 하차해 임진각 평화누리, 자유의 다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임진강 관광지는 6·25전쟁과 그 이후의 민족 대립으로 인한 슬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남북분단 전 한반도 북쪽 끝인 신의주까지 달리던 기차가 전시돼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말로 유명한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남북분단의 상징물이다.
‘자유의 다리’ 위 철조망에는 색색의 리본들이 매달려 있다. 리본 위에는 ‘남북통일을 염원합니다’, ‘평화통일을 바랍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메리(37) 씨는 “이곳에 와보니 6·25전쟁 등 한국이 겪었던 역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지구상에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혜민 기자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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