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안산 단원고 실종자 학부모 중에는 맞벌이 가정에 한 자녀를 둔 이들이 많다. 한 자녀를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40대 부모 모습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로 피로감이 쌓인 데다, 비슷한 상황이 맞물리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실종자 가족이 되었다.
지금 실종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눈으로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식음을 전폐하고 숨쉬는 것마저 죄스러운 심정에 빠져 있다. 자식의 생명 앞에 모든 걸 다 내놓아도 애통할 부모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생존자들에게는 나 혼자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그 후유증은 매우 오래갈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배 더 많이 발생하고, 25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더 위험하다. 단원고 생존학생들은 심리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인 경우 전문적 상담과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국가는 빠른 일상 복귀를 도울 실질적 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제공해야 하며, 학교나 지역사회는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지속 제공해야 한다. 일반 학생들에게도 집단 추모, 글쓰기 등을 통해 2차 피해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피해자 가족이나 생존자들에게 “이해해,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하는 식의 성급한 위로나 “시간이 약이야”라며 조급하게 덮으려는 태도는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지쳐 보일 때 옆에 있어 주고, 진정으로 함께 한발 한발 그들과 같이 가야 한다. 침통하고 무거웠던 사고 발생 초기의 사회 분위기가 갑자기 식게 되면 그 자체가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세월호 집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후유증이란 이렇게 하면 치료된다는 명쾌한 방법은 없지만 뭔가를 나누려는 노력들, 힘든 것을 함께 하려는 행동이 중요하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와 등산·산책·외식하기 등 가족 단위 활동을 통해 자녀들이 미디어에 과다 노출되어 2차 피해를 입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빨리빨리’식 해결이 아니다. 이번 사고를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고통 없이 성장이 없듯 외상도 적절하고 지혜롭게 다루면 외상후 성장(PTG·Post Traumatic Growth)을 이룰 수 있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조속한 회복 유무는 우리 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용지가 될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평생 재난 속에서 헤매지 않고 자신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을 가도록 용기와 힘을 북돋워주는 데 우리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 입장이 아니라 그분들 입장에서 그러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전문가와 국가의 성숙한 책무다.
글·최태산 전국재난심리지원연합회장 동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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