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자투리 시간에 돈 벌며 일도 배운다

1

 

2올해 만 스무살인 정지환씨. 그는 아버지 세대인 김병순(51), 김기완(52)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충남 아산시의 청명환경시스템에서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전기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일하며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2003년 청소용역 대행업체로 출발한 청명환경시스템은 반도체 제작시설의 유틸리티 설비 유지와 보수, 그리고 관련 청소용품 제조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틸리티 설비란 공장 내의 생산 설비에 공급되는 가열용 증기, 냉각수, 전력, 연료 또는 이들을 공급하는 설비를 말한다.

정지환씨 등은 아산시 배방읍에 위치한 청명환경시스템 사무실 인근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시설의 유틸리티 설비 유지와 보수 작업을 맡아 하고 있다.

청명환경시스템은 지난해 처음 시간제일자리 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6명이었으나 현재 16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직원 87명 가운데 18퍼센트에 해당한다.

청명환경시스템의 최진웅(43) 대표는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들을 고용함으로써 특정 시간대에 몰리던 기존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의 반듯한 시간제일자리 지원정책에 따라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시간제일자리 근로자 신규채용 시 1인당 최대 60만원씩 1년간 정부 지원을 받는다.

최 대표는 “기술설비 유지관리는 어찌 보면 3D업종 같지만, 기계설비에 대한 지식과 각종 화학약품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청명환경시스템 전체 직원의 90퍼센트가 남자다.

각종 기계들을 만지려면 힘도 써야 하고, 사계절 내내 방진복이나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 하기에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려 여성이 일하기에 쉽지 않다고 한다.

아들뻘인 정지환씨의 ‘20일 후배’라는 김병순씨는 천안시에 산다. 아내와 함께 김밥집을 열었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서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퇴근 후 아내가 일하고 있는 김밥집으로 갑니다. 저녁식사 시간에 손님이 가장 많거든요. 밤 12시까지 영업을 해요. 시간제일자리를 찾게 돼 김밥집 운영을 계속할 수 있고, 김밥집 성공에만 매달리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습니다.”

 

회사도 특정 시간대 몰리는 업무부담 줄이는 효과

청명환경시스템의 시간제일자리 근로자 중 최연장자인 김기완씨는 김병순씨와 입사 동기다. 그 역시 천안에 거주하며, 퇴근 후 저녁 10시까지 아내와 함께 처형네 식당일을 돕고 있다.

청명환경시스템의 우승균(39) 경영관리과장은 “우리 회사의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들은 학업이나 창업 때문에 시간 할애가 필요한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도 아르바이트와 달리 고용불안이 없고 4대보험이나 교육, 복지 혜택까지 전일제 근로자들과 똑같이 받지요. 그래서 학업을 병행하거나 창업을 하고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을 병행하는 데 적합합니다.”

청명환경시스템은 현장근무 직원 모두를 4대 보험 이외에도 각종 상해와 재해를 보장하는 단체보험에 가입시켜 매월 회사가 보험금을 내고 있다.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들도 전일제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고, 기숙사 이용도 가능하다.

우 과장은 “지난해 처음 노사발전재단에 지원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시간제일자리 제도의 장점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청명환경시스템은 현재 최대 17명까지 시간제일자리 지원을 받기로 되어 있는데, 우 과장은 지난해 처음 실시할 때 시간제일자리의 장점을 잘 몰라 너무 적게 신청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실제 운영해보니 보완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제일자리 근로자들의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정부의 지원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해요. 우리 같은 인력 파견업종의 경우 특정 사업장의 일이 없어지면 다른 사업장으로 근로자를 이전 배치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번거로운 일이지요.”

또한 시간제근로자들 가운데 시간 여건이 허락되면 한동안이라도 전일제로 근무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데 현재로선 시간제일자리 근로자가 한 시간만 초과 근무를 해도 정부 지원이 중단되어 시간제일자리 운용의 폭이 너무 좁다고 했다. 우 과장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취업하기를 꺼리는 사출성형, 파쇄 등 ‘3D업종’의 중소기업에 시간제일자리 제도가 확산되면 인력 충원이 용이해지고,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제언도 덧붙였다.

정지환씨는 청년다운 시간제일자리 활용 방안을 내놓았다.

“청년들은 군 입대 전까지 취직할 곳이 마땅찮아요. 기업들이 뽑으려 하지 않으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됩니다. 청년들이 안정되게 일하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제일자리가 운영되면 좋겠어요. 물론 청년들도 놀면서 일하는 자리라고 여기기보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자기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고요.”

남들이 다 가는 대학 대신 일을 택한 정지환씨, 시간제일자리를 활용, 열심히 미래를 위해 공부 중인 이 훌륭한 ‘개념 청년’은 이르면 9월 전기 관련 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박경아 기자

시간제일자리 지원 문의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2팀 ☎ 02-6021-1204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