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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색다른 그림은 창의성을 깨워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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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에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지만, 가을 동강에 비친 산 그림자는 사무치게 짙은 초록이다. 박물관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고장, 강원도 영월군이다. 영월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내내 동강변이다.

“아프리카박물관은 가찹고, 민화박물관은 김삿갓 가는 중간이래요. 김삿갓 거(문학관)도 볼 만해요.”

택시 운전기사의 말투에서 강원도다움이 물씬 풍긴다. 영월군은 사진·곤충·미술·책·화석 등 종류도 다양한 20여 개 박물관이 자리한 박물관의 고장이다.

지난 8월 24일부터 12월 초까지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국의 65개 박물관 가운데 7개가 영월군에 있다.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과 조선민화박물관 이외에도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등이 전시물과 연계한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영월군 김삿갓면에서 서로 인접한 아프리카미술박물관과 민화박물관은 이왕 영월까지 온 김에 두 박물관의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계 운영도 하고 있다.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길위의 인문학’ 주제는 ‘모던아트 속의 아프리카 미술’, 민화박물관은 ‘꿈을 담은 우리 그림, 민화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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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김삿갓면에 이웃해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

11월 5일 태백 황지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이 각각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이 오전에 민화, 오후에 아프리카박물관을 찾는 동안 다른 한 팀은 오전에 아프리카, 오후에 민화박물관을 찾아 전문해설을 들으며 전시물을 보고, 체험노트를 적고, 가면을 만들거나(아프리카박물관) 민화패널(위 책사진) 위에 채색하는(민화박물관) 체험시간을 가졌다.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은 외양부터 이국적이다. 뾰족한 천막 모양의 박물관 입구건물, 이곳에서 이어진 전시건물은 얼룩말같이 색칠되어 있다. 박물관 앞 잔디밭 위에는 흰색 천막 옆에 낙타와 양들이 나무 위에까지 올라가 놀고 있다. 물론 조형물들이다. 이곳에는 북부에서 남부까지 아프리카의 토착 문화와 전통예술, 아프리카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전통 조각과 현대조각, 각종 모양의 마스크, 그림, 공예품 등이 전시돼있다.

가면전시실에서 황지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30여 명이 이곳 박물관의 문미선 실장으로부터 문답식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뭐할 때 가면을 쓸까요?”
“싸울 때요.” “축제할 때.” “결혼할 때요.”
“또?”
한 아이가 자신 있게 외쳤다. “칠순 잔치할 때요!”
와하하~. 아이들 사이 웃음이 번졌다.
“비슷한 게 있어요. 성인식할 때.”

아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은 함께 지켜보던 어른들까지 몰입하게 만들었다.

축제 때 사용하는 가면은 알록달록 화려했고, 장례식 가면은 우울한 표정에 검정 일색이다. 동물 모양 가면도 일종의 범주가 있었다. 각 부족들이 추앙하는 동물의 얼굴을 본뜬 가면도, 사람 얼굴에 추앙하는 동물의 뿔만 붙인 형태도 있었다.

문미선 실장은 “우리 박물관의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원시적이고 미개하다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아프리카 미술이 가진 신비롭고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참가자 내부의 창의성을 깨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아프리카 미술여행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 학교의 또다른 2학년 아이들 30여 명은 민화박물관에서 민화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민화박물관에는 비록 이름 없는 작가들이 그렸지만 생활공간을 장식하고 잔치자리를 빛낸 소박한 조선시대 민화 180여 점과 현대민화 10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민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까치와 호랑이죠. 까치는 기쁜 소식을,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막아내는 용맹함을 상징해요. 연꽃은 고고한 선비, 꽃과 나비는 사이 좋은 부부를 뜻해요.”

민화 따라 이어지는 해설사의 설명은 민화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민화박물관의 이한솔 실장은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800여 명의 초·중학생들이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교사들이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일찍 알게 됐으면 더 많이 참여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황지초등학교 허연숙 교사(2학년 학년부장)도 “박물관에서 경험하는 생생한 설명과 체험은 아이들에게 무척 유익했다”며 “같은 초등학생이라도 연령대에 따라 인지능력이 크게 다르므로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 민화와 아프리카 미술세계로의 탐험은 아쉽게 하루로 끝났다. 하지만 아이들 각자에게는 새로운 인문학의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사진·김현동 기자 2013.11.11

한국사립박물관협회 ☎070-4115-9963, 02-2113-8023
‘박물관 길위의 인문학’ 교육신청 museumonroa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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