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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흡연자들 “내 연기 갈 곳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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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를 피하러 가게 안에서도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는데 금연구역이 되고 나니 비흡연자 입장에서 너무 편해요.” (24세, 대학생 오지현)

“요즘은 흡연자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고 우리 가게 손님들은 대부분 30, 40대라서 손님들이 금연구역 지정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가게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 것 같고요.” (32세, 막걸리주점 업주 이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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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0평방미터 이상의 음식점, 주점, PC방에 대해 금연단속을 시작한 지 1주일이 된 지난 7월 8일 저녁 8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음식점과 주점이 밀집한 유흥가를 돌아봤다. 교보타워사거리 방향으로 1킬로미터가량 걸어가는 동안 7~8군데 주점을 돌며 “흡연이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모든 곳에서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일부 가게에는 아예 현관문에 금연 단속 정책을 알리는 문구를 걸어놓기도 했다.

가게 한쪽에 쌓여있던 재떨이도 자취를 감췄다. 치킨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김재경(22)씨는 “담배 피워도 되는지 묻는 손님만 벌써 네 번째”라며 “뉴스에 금연 단속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항의하는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에 위치한 어느 대형 일본식 주점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흡연실이 완비되어 있다”고 알리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손님 대부분이 흡연실에 몰려 있다. 가게 직원 정모씨는 “1일부터 흡연실 이용 손님이 급격하게 늘어나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로부터 볼멘소리도 나온다. 장맛비를 맞으며 흡연이 가능한 가게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최정훈(31세, 회사원)씨는 “작은 가게는 흡연이 된다고 들었는데 강남역 인근 주점과 음식점은 대부분 규모가 큰 곳뿐”이라며 불평을 늘어놨다. “흡연자들의 권리도 보장하면서 국민건강을 생각해야지 일방적으로 갑자기 모든 음식점에서 금연을 하라니 너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술을 마시던 도중 가게 밖으로 나와 우산을 쓴 채 담배를 피우던 김모씨(40)는 “거래처 관계자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담배를 태우러 계속 들락날락하니 눈치가 보인다”며 “사무실에서도 그렇고 이제는 정말 담배 피울 곳이 없어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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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 담배연기 사라져… 비흡연자들 대환영

그러나 비흡연자들은 대부분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김치찌개집에서 만난 양준영(33)씨는 “예전에는 이런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 때문에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심지어 시비가 붙은 적도 있었다”며 “주점은 예외를 둘 수도 있지만 음식점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4음식점과 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 막걸리주점의 업주 이모씨는 “비흡연자 손님들의 불만 때문에 가게안 금연을 원칙으로 했는데 단속이 강화되고 나서는 오히려 담배피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손님이 없어지고 가게 안 환경도 깨끗해져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서 대형호프집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장마철이라 손님이 적은데 금연구역이 되면서 매출이 더 줄어든 것 같다. 돈을 들여서라도 흡연실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가게 손님들이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다 보니 길가에 버려진 꽁초가 많이 늘어 거리가 더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점이 밀집한 골목 후미진 곳마다 여기저기 꽁초가 눈에 띄었다.

강남구청 보건부의 금연 단속 담당 이권희 주무관은 “하루 30군데의 영업장을 차례대로 돌면서 단속을 진행한다”며 “업주들이 영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단속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글·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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