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등 근원적인 질문을 교사들에게 던졌습니다. 교사들 스스로가 ‘좋은 수업,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2010년 <학교란 무엇인가>, 2011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2012년 <학교의 고백> 등 4년 동안 교육 분야에 큰 반향을 불러온 <학교> 시리즈를 제작한 EBS 정성욱 PD. 그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전에는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는 왠지 따분하고 무거운 공간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현장 취재와 실증적 접근 등을 바탕으로 ‘학교와 교육’에 대한 중요한 의제를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는 변했다. 진정으로 학생을 위해, 학교를 위해,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 PD는 “교사들이 변한다고 학교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의 변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직접 보고 경험한 제작진으로서는 교사의 위대한 힘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도 발생했다.
그중 정 PD의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3시간 남짓한 학생들의 인터뷰였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낸 후 정 PD에게 학생들이 한마디 말을 던졌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정 PD는 너무나 안타깝고 눈물이 났다. 공부만 강요하는 어른들에게 던지는 조용하지만 처절한 외침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학교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바로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과 교사는 학교를 이루고 있는 가장 핵심적 구성원입니다.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학교가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은 숨겨진 가치와 가능성, 꿈과 끼를 모두 외면해버리는 현실에 맞서야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 편이 돼 즐겁게 공부하고 행복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현재 우리 학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비단 학교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학부모의 가정교육이나 정부의 교육정책, 학생 개개인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가 먼저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믿음을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믿음과 신뢰만이 학교를 살릴 수 있습니다. 학교를 살리는 것이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올바른 교사상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사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자신의 잘못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 속에 숨겨진 두려움과 습성을 들추어내 치열하게 싸운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이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출연 교사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을 ‘변별과 통제’가 아닌 ‘존중과 관계’에서 찾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관계를 맺고자 했습니다. 학생들을 존중하려 했습니다. 통제를 위한 언어와 매를 내려놓았습니다. 인정이란 통로를 사용해 질문이 일어나게 하고 말문이 터지면서 능동적인 배움이 살아났습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진정한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창의’를 교육정책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은 얼마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냐는 것에 귀결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명문대 합격에 매달리고 연봉이 높은 회사에 취직하려는 비슷한 꿈과 획일적 경쟁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에서는 절대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없습니다.
미래의 인재는 끼와 꿈을 바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매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재는 ‘열린 시스템’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패자부활전과 리셋(reset)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실패를 허용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정신과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학교와 교육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학교 교육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지.
“무엇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꾸게 해주어야 합니다. 주입식 교육보다는 주입된 꿈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꿈을 말하라고 하면 선생님, 의사, 변호사 등 직업을 갖고 싶다는 아이들,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이제는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숨겨진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목표를 세워 뚜벅뚜벅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 교사입니다. 그 어떤 강력한 시스템보다 더욱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그 어떤 시스템보다 내부 인재인 교사에 투자해야 합니다. 학교는 바로 교사가 만들어갑니다.”
글·박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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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