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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 여자 컬링은 소치 金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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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은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 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해 17~18세기를 거치면서 캐나다를 중심으로 겨울 스포츠로 발전한 종목이다. 그래서인지 캐나다는 현재까지도 컬링의 최강국이다. 컬링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컬링시트’라고 불리는 직사각형의 얼음 링크 안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하우스’라는 표적 안에 넣어 득점하는 방식으로 승자를 겨룬다. 약 20킬로그램의 스톤을 빙판에서 밀어 표적 중앙에 더 가까이, 더 많이 붙인 팀이 승리하게 되는데, 그냥 스톤을 미끄러뜨리고 얼음만 문지르는 단순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면 아주 큰 오산이다. 스톤을 정확히 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톤의 위치를 선정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데 매우 복잡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빙판의 체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장기판에 말을 옮기듯 전략적인 요충지를 선점하는 머리싸움이 중요해 영리하고 손놀림이 예민한 한국 선수들에게 잘 맞는 종목이다.

한국 컬링은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된 1994년에 세계컬링연맹에 가입했고 이후 꾸준히 보급에 힘써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여자 대표팀이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기까지 컬링은 스포츠 팬들에게 생소했던 종목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국제대회 출전 경비조차 감독과 선수들이 자비를 내서 해결해야 했을 정도로 여건이 열악했다. 전용연습장이 없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해야했다. 올림픽 효자종목들 사이에 낀 컬링팀은 괜히 눈치가 보였다. 장비도 문제였다. 외국 선수들은 한 경기 끝나면 바꿔 쓰는 브러시 헤드를 한국팀은 빨아서 다시 써야 했다. 심지어 다른 나라 선수들이 버린 헤드를 주워다 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행이 결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간 기업들의 후원이 시작되고 경기도청 소속팀이 되면서 선수들은 이제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국가대표팀 맏언니인 김지선 선수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환경”이라면서 “경기와 관계없는 걱정들은 내려놓고 오직 실력 향상에만 힘을 쏟을 수 있어 선수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훈련에 몰두하다 보니 개인생활은 포기한 지 오래다. 신혼인 김지선 선수와 새내기 엄마인 신미성 선수는 장기 해외 훈련을 위해 가정생활은 당분간 포기했다. 중국 컬링 대표선수 쉬샤오밍과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지선은 신혼여행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1년 전 첫딸을 얻은 신미성은 육아 때문에 친정어머니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으로 이사했다. 아이는 휴대폰 영상을 통해 보는 게 전부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여덟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훈련 탓에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라고 말한다.

공식 훈련 일정이 끝나면 또다시 개인 훈련에 들어간다는 대표팀 막내 엄민지 선수는 “내 평생 해 본 가장 힘든 훈련”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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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스웨덴 한 팀만 꺾으면 4강 토너먼트 올라

이제 진짜 무대가 눈앞이다. 10개 팀이 참가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은 리그전을 치른 후 1~4등이 토너먼트를 통해 메달을 가린다.

라이벌은 ‘4강’으로 평가받는 스위스·스웨덴·영국·캐나다이다.

2·3차전으로 예정된 스위스·스웨덴 중 한 팀을 꺾으면 토너먼트진출이 가능하다.

전지훈련을 통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으며 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더했다. 선수들은 “1차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지만 어렵게 시작해 올림픽 무대에 서는 만큼 쉽게 물러서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올림픽에 나오는 팀 중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김지선 선수는 “과거에는 한국팀이 있는지도 몰랐던 다른 팀들이 한국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은 우리에 대해 알고 있고, 연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만 후회를 남길 생각은 없다. 한국의 매운 맛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대표팀은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마무리 전지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6일 결전의 장소 소치로 이동한다.

글·김상호 기자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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