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중음악, 뮤지컬, 클래식 등의 공연 무대가 점점 새로워지고 있다. 대중음악 무대에서 가수가 원격 조종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서 노래하는 것은 이미 상용화된 공연 기술이며, 뮤지컬은 물론 클래식 무대에서까지 레이저와 영상이 하나가 돼 한 편의 드라마가 연출된다. 문화기술의 힘이다.
특히 뮤지컬의 매력 중 하나가 헬기가 등장하는 <미스 사이공>과 같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인상적 무대 장치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뮤지컬 <영웅>의 경우도 하얼빈 역으로 달려오는 기차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 두 대의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비추다 기차가 멈추는 순간 스크린을 걷어내 자연스레 실물 기차가 실제 도착한 것처럼 표현한 무대 기술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기술 발달로 최근에는 <미스 사이공>의 헬기도 3D 그래픽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2011년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개막작으로 공연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기존 뮤지컬 무대공연 기술에서 한층 진화된 지능형 무대공연 기술을 선보이며 공연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공감대 넓은 콘텐츠에 현대적 감각 입혀
DIMF와 대구시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공동 제작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스토리를 재해석하고, 현대적 음악과 무대 장치를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세계 4대 오페라 중 하나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창작하여 세계인과 공감하기 쉽고 해외 로열티 없는 공연과 수출이 가능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물의 왕국 ‘오카케오마레’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주 투란도트가 세상의 모든 남자로부터 등을 돌리고 저주의 수수께끼를 내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를 참형하는 잔인한 유희를 즐긴다는 설정은 원작과 같다.
‘오카케오마레’를 지나가던 칼라프는 오랜 전쟁으로 나라를 잃어버린 아버지 티무르 왕과 노예 소녀 류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의 벽에 칼을 꽂는다. 그리고 그날 밤 수수께끼의 망령들이 나와 칼라프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창작뮤지컬 <투란도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바로 수수께끼의 벽이다. 수수께끼의 벽에서 혼령들이 튀어나오는 장면에 ‘인텔리전트 스페이스(Intelligent Space)’ 기술을 사용해 유령들과 대화하는 칼라프를 입체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했다. 기존 <투란도트> 무대에서는 유령을 표현하기 위해 연기나 조명 등 아날로그적 기법들을 사용했지만, 창작뮤지컬은 움직이는 사람의 몸을 따라 빔을 쏘아 유령을 표현했다. 원하는 부분에 원하는 연출 영상이 펼쳐지도록 만든 것이 3D 프로젝션 매핑(Virtual Space Mapping) 기술이다.
매핑 기술을 포함해 ‘인텔리전트 스페이스’ 기술 개발을 담당한 곳이 종합 디지털 에이전시 ‘바이널’사다. 이 회사의 최윤호 선임은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사물 또는 공간 표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다양하게 형태와 이미지가 변하는 지능형 무대공연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하이테크놀로지 뮤지컬’로 고도화시켰다”고 말했다.
배우의 감정선에 따라 의상이 변하는 ‘인텔리전트 드레스(Intelligent Dress)’ 기술도 적용됐다. 투란도트가 화가 났을 때 옷이 공작처럼 쫙 펼쳐지고, 옷 표면의 이미지도 변한다.
이 기술 개발을 담당한 숭실대 미디어학부 김동호 교수는 “인텔리전트 드레스는 배우의 무대 의상에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발광다이오드(LED), 레이저, 프로젝션, 각종 센서 등이 정확한 타이밍에 작동하여 드레스의 형태 변화, 드레스에 영상 입히기가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해 그 형태에 맞춰 영상을 입히는 비정형화된 물체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션 기술은 앞으로 뮤지컬 말고도 대중 공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무대서 시·공간 뛰어넘는 글로벌 공연도 시연
2011년 대구에서 개막작으로 처음 선보일 당시 객석 점유율 99.4퍼센트를 기록했던 <투란도트>의 해외 반응도 좋다. 지난해 1월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제3회 둥관 뮤지컬 페스티벌에 폐막작으로 초청돼 특별 대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 8월 베이징의 뮤지컬 전용극장과 중국 배우들 및 제작진이 참여하는 라이선스 공연 계약을 체결했다. 5년간 공연 매출액의 12퍼센트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술의 발달로 무대공연 기술은 이제 ‘시·공간 초월’까지 넘보고 있다. 2012년 2월 13일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주관으로 브라질, 스페인, 태국의 무용가와 연주가들이 과학기술망을 통해 구축된 사이버 무대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글로벌 사이버 공연을 시연했다.
우리나라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스페인 ‘i2CAT’, 브라질 ‘RNP’ 등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과학기술 연구망과 전송 시 발생하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 주는 아르트론(Arthron) 소프트웨어를 활용, 3개 대륙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연주와 무용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융합한 것이다. 미래의 무대공연 기술,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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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