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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WBC 대표팀 전력 “역대 최고 실속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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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일부에서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서 투수 류현진(LA다저스)·김광현(SK)·봉중근(LG)의 불참을 두고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신구 조화가 완벽하고 선수 간 실력차가 크지 않다”며 “실속으로 따지면 역대 최고 대표팀”이라고 대회 우승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속으로 따지자면 역대 최고 대표팀일 수 있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많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마운드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과거보다 높이가 낮아진 게 사실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대표팀을 분석하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이 위원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좌완투수인 류현진·김광현·봉중근이 차례로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 뼈아프다”고 아쉬워했다.

이 위원의 말대로 류현진·김광현·봉중근 ‘좌완 트리오’의 공백은 크다. 우선 류현진은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이르기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리고 도하아시아경기대회를 제외하고는 뛰어난 실력으로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팀을 우승 혹은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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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WBC대표팀선발위원회가 류현진의 대회 참가에 사실상 ‘목을 맸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올 시즌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팀 적응’을 이유로 WBC 불참을 선언하자 대표팀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광현과 봉중근은 ‘일본 킬러’로 대표팀에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 자원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대회 참가에 난색을 나타내며 결국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두 선수의 불참소식을 접한 일본 대표팀의 야마모토 코지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요시!(좋았어)” 하고 기뻐했다는 것은 일본 야구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표팀의 마운드가 부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야수진도 중복 포지션과 노장 위주의 인선으로 과거보다 힘이 떨어진 기색이다. 모 프로야구 구단 수석코치는 “1루에만 이승엽(삼성)·이대호(일본 오릭스)·김태균(한화)이 몰려 있고, 유격수도 손시헌(두산)·강정호(넥센)·김상수(삼성) 등 3명이나 된다”며 “반면 2루수는 정근우(SK), 3루수도 최정(SK), 좌익수 역시 김현수(두산) 한명뿐인데 만약 정근우·최정·김현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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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책이 없지는 않다. 류 감독은 “내외야 부상에 대비해 김상수·손아섭을 데려왔다. 김상수는 3루수·유격수·2루수를, 손아섭은 외야 전체를 볼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은 유격수 강정호를 3루수로 활용해 크게 재미를 봤다. 하지만 야구계는 “아마추어 선수가 대부분인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강정호가 3루를 봐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WBC는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라며 “준비되지 않은 멀티 포지션 소화는 되레 대표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야구해설가는 “이승엽·진갑용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나이가 많다. 지난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던 선수도 눈에 띈다”며 “이번 대표팀 야수진을 보며 생동감이 넘친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마운드와 타선이 과거 대표팀보다 다소 약하기는 하다. 그래도 한국은 여전히 강력한 WBC 우승 후보국이다. 이유는 뭘까?

역설적이게도 한국만큼 다른 참가국 전력도 과거 대회와 비교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쿠바·브라질·중국과 함께 1라운드 A조에 속한 일본은 스즈키 이치로·다르빗슈 유·구로다 히로키 등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며 한국처럼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말을 듣는다.

감독의 격도 크게 떨어졌다. 1회 대회 일본대표팀 감독은 오사다하루(소프트뱅크 회장)였다. 2회 대회 감독은 하라 다쓰노리(요미우리)였다. 두 감독은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냈고, 사령탑으로서도 최절정의 인기를 자랑하던 유명 감독들이었다.

하지만 3회 대표팀 감독 야마모토 고지는 최근까지 야구해설을 했다. 현역시절과 감독을 비인기팀인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만 한 까닭에 오·하라 두 감독에 비해 지명도가 한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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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미국도 비슷하다. 애초 미국 야구계는 역대 최고의 드림팀을 구성하려 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WBC에서 미국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별렀다. 메이저리그 통산 2,326승과 월드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조 토레 전 뉴욕 양키스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미국의 큰소리는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수상자인 RA 디키를 제외한 A급 투수들이 연거푸 대표팀 불참을 선언하며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

2월 중순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일본야구기구(NPB) 관계자는 “쿠바·중국·브라질과 1라운드 A조에 속한 일본보다 B조 대만·호주·네덜란드와 한 조인 한국이 더 불안할 것 같다”며 “B조에는 다크호스 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네덜란드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야구에 관한 한 유럽의 강호다.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서 ‘아마 최강’ 쿠바를 두 차례나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의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강타자가 즐비한 쿠바에 내준 점수는 도합 2점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투수력이 강하다. 야구월드컵 쿠바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베테랑 투수 로비 코르데만스와 2011년 메이저리그에서 13승6패 평균자책 2.96을 기록한 자이르 후리헨스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원투 펀치다.

타선도 나쁘지 않다. 3번 타자가 예상되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는 강타자다. 2011, 2012년 공히 31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4번 타자가 유력한 앤드루 존스 역시 1998년부터 10년 연속 미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대스타다. 폭발력 넘치는 타격과 출중한 수비가 강점이다.

지난해 12월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계약하며 아시아 야구에도 눈을 뜬 상태다.

류 감독은 “대만뿐 아니라 호주·네덜란드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겠다”며 “반드시 미국에서 열리는 4강 진출권을 따내겠다”고 자신했다.

글·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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