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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어는 신세계, 도전의식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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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면서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국내 한국어학당 등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은 약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 역시 해마다 늘어나 현재 51개 나라에서 117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한국을 제대로 알고, 한국 문화를 좀 더 쉽게 즐기기 위한 수단이다. 한국어가 이미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대전 한남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자리나, 마리아, 마쓰모토, 메다리 씨를 만나 우리말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미국·멕시코·인도네시아 등 현지 세종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과는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국 사람은 모르는 ‘한국어’에 대한 재미난 얘깃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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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22·인도네시아) “2009년에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의 DVD를 샀어요. 설레는 마음에 집에 와서 DVD를 틀었는데 기다렸던 배우 비는 안 나오고 슈퍼주니어가 나오는 거예요. 잘못 산 거죠. 어쩌겠나 싶어 그냥 보고있는데 슈퍼주니어가 나오는 쇼 프로그램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정신을 놓고 봤죠.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막없이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 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죠.”

초라데바(28·미국) “저는 14세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을 알게 됐어요. 사범님의 멋진 품새를 보고 푹 빠졌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함께 태권도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편해졌어요.”

자리나(25·우즈베키스탄) “확실히 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우즈베키스탄만 해도 우리 드라마보다 한국드라마가 더 인기 있거든요.”

마쓰모토(42·일본) “한류라고 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죠(웃음). 얼마나 열광적인데요. 한국 가수나 배우들이 큰 사랑을 받으면 그들이 사는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지는 거죠.”

마리아(34·스페인) “스페인에서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 같아요.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고요. 그런데 실제로 한국어를 배워 보니 정말 쉽지 않아요. 저는 2년6개월째 배우고 있는데 아마 죽을 때까지 자연스러운 대화는 힘들 것 같아요(웃음). 라틴어 계열 언어와 어순이 다른 점이 가장 헷갈리죠.”

클레멘틴(27·프랑스)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늘 즐겁잖아요? 저는 프랑스어와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한국어는 너무도 다른 신세계였죠. 하지만 저는 한국어가 라틴어 계열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쿠르보노(21·타지키스탄)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이 있죠. 하지만 경어법은 정말 저를 절망하게 만들었어요. 우리말에는 한국어와 같은 경어법이 없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 감이 안 왔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 보니 알겠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언제, 어떤 느낌으로 존댓말을 쓰는지. 타인을 존중하는 한국인의 특유의 정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자리나 “숙모·고모·이모의 차이도 정말 복잡하지 않나요(웃음)?

저는 또 다양한 사투리가 정말 재미있어요. 얼마 전에 부산에 다녀왔거든요. ‘자 좀 봐라(쟤 좀 봐라)’는 한 아저씨의 말에 빵 터졌죠. 드라마에서 가끔 듣던 사투리를 실제로 들으니 얼마나 웃긴지 한참을 웃었어요.”

줄리(43·미국) “영어에 비해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어휘나 표현들이 매우 다양한 게 한국어의 특징인 것 같아요. ‘노란색’ 하나를 표현하는 단어만 10여 개나 되잖아요? 게다가 발음도 예쁘죠. 좋은 뜻을 담은 한국어만의 독특한 표현도 많고요. 예를 들면 ‘괜찮아요’ 같은 말은 뜻도 좋고, 소리도 좋아요.”

메다리(48·우간다) “한국어 중에 ‘우리’라는 말은 우간다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죠.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모여서 즐기는 걸 좋아하잖아요. 밥도 함께 먹고, 술도 여러 명이 둘러앉아 마실 때 더 맛이 난다고 하고요. 어울려 살 줄 아는 한국인만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아요.”

마리아 “저도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엄마’ ‘우리 아빠’는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어떻게 엄마를 공유할 수 있죠(웃음)?”

마쓰모토 “줄임말이 너무 많아져서 한글 파괴가 문제라지만 그래도 저는 재미있는 줄임말이 흥미로워요. 얼마 전 한국 친구들이 ‘치맥’을 먹으러 가자길래 무슨 음식 이름인가 보다 하며 따라갔는데, 치킨과 맥주를 뜻한다는 걸 알고 크게 웃은 적이 있어요.”

쿠르보노 “‘어서 오세요’라는 말은 어때요? 저는 이 말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진심으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는 점원을 보면 당장 뭐라도 하나 사고 싶어지죠. 늘 듣는 한국인들은 별 감흥이 없겠지만 제가 느끼기에 ‘어서 오세요’는 고객을 움직이는 마법의 한마디인 것 같아요.”

야닌(24·멕시코) “역시 한국어 하면 ‘빨리빨리’를 빼놓을 수 없죠.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저는 ‘빨리빨리’가 한국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만큼 한국인이 성실하다는 증거 아닐까요? 빨리빨리 더 열심히 사는 거죠.”

쿠르보노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짜장면이 배달되는 속도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웃음). 전 세계 어딜 가도 이런 속도는 경험할 수 없을걸요?”

자리나 “짜장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는 ‘밥 먹었냐?’라는 말에서 한국만의 정을 느껴요. 이 ‘밥’은 여러 형태로 변형되는데 ‘밥 한번 먹자’ ‘밥 먹고 가라’ 등으로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살 빼라’는 말도 많이 한다는 거예요. 밥 먹으라고 해놓고 살을 빼라니 너무 이중적이에요(웃음).”

넬리(19·케냐) “한국어를 배우면서 놀랐던 적도 많아요. 선생님이 즐겨 드시는 음식으로 ‘할머니 뼈해장국’ 얘기를 해주셨는데 어떻게 할머니 뼈로 해장국을 끓이는지 무척 놀랐죠(웃음). ‘자동차 안에 아기가 타고(fire:화재) 있어요’라는 문장도 그랬고요.”

카를라(20·멕시코) “재미있네요. 저는 사실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목적이 달라졌어요. 한국어와 한국에 관한 직업을 찾아볼 생각이에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쓰모토 “저 역시 그래요. 여행을 왔다가 한국을 좋아하게 됐지만, 말을 하게 되면서 이제는 한국어를 쓰는 일이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한국과 일본 국민이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얼마 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왔는데 견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일본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설명하는 선생님을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일본이 과거에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모든 일본 국민이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나 잘못된 인식을 없앨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줄리 “저는 18개월 된 한국 남자 아이 ‘시후’를 입양할 계획이에요. 내년 봄이면 시후를 만나게 되죠. 미국에서 키우겠지만,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뿌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아이가 성장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먼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죠.”

메다리 “정말 멋있네요. 사실 말을 배운다는 건 그 나라를 배운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1980년대 초 신문을 통해 한국을 처음 알게 됐어요. 당시 그 신문은 역동적으로 성장해 가는 한국의 모습을 묘사했어요.

1960년대만 해도 한국보다 우간다가 더 잘사는 나라였거든요. 지금은 월등하게 차이가 나잖아요? 궁금했어요. 과연 이 나라의 힘은 어디에 있는지. 1년 6개월 동안 한국에서 지내 보니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우간다에 돌아가면 젊은 친구들에게 한국을 배우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야닌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3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드라마나 가수보다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선진 공업국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특히 6·25전쟁을 겪고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마리아 “확실히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말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되면서 한국이 새롭게 보이는 일이 많거든요.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어는 정말 판이하게 다른 언어잖아요? 최근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세계인들이 이런 ‘다름’에서 매력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요?”

글·장원석 기자 2013.10.07

10월 9일 한글날 “올해부터 공휴일인지 아시죠?”
한글박물관도 건물 준공 이어 내년 개관 준비에 한창

한글날(10월 9일)이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이 됐다.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3년 만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가 주축이 돼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 기념식을 가진 게 출발점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한글이 반포된 날로 추정해 기념한 것이다. 그러던 중 1940년 7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 발견됐고 이를 통해 훈민정음이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1946년부터는 상순의 끝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국립한글박물관도 내년에 문을 연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에 지어지는 한글박물관은 현재 건립을 마치고 개관 준비가 한창이다. 1층에는 한글 관련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열람자가 서가에 직접 접근해 볼 수 있는 개가식으로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휴게 공간 ‘하늘누리’가 조성된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한글을 만들다→한글을 꽃 피우다→한글을 생각하다’라는 세 가지 주제로 한글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글에 관한 디자인, 공예, 무용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문자를 대표하는 박물관은 몇 군데 없다. 중국의 한자박물관과 이스라엘의 알파벳박물관 정도다. 때문에 이번 한글박물관 개관은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개관을 앞두고 개관위원회는 기증
7,450여 점, 공개 구입 1,176점 등 다양한 한글 문화재를 구비했다.

홍윤표 개관위원장은 “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재를 수집·정리·분류해 전시하는 전시장 기능과 우리 문자 문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연구하는 역할을 겸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박물관이 과거의 유물
을 전시하고 있는 데 그치지만 한글박물관은 한글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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