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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재난 상처 극복 출발점은 가족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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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빨리 치유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평소 문제가 잠복되어 있을 경우 더 심각할 수 있고요.”

최태산 전국재난심리지원연합회장(동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은 재난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재난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리트머스지다. 반복되는 재난을 보면 반드시 인재”라고 말했다.

4월 24일 전남 나주시 동신대 연구실에서 만난 최 회장은 동신대에 있는 전남재난심리지원센터장이기도 하다. 전국재난심리지원연합회는 소방방재청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운영하는 재난심리지원센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최 회장은 “우리의 역할은 재난 발생 후 3개월 이내에 재난 경험자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악화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자의 12퍼센트, 성폭행 피해자 80퍼센트가 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은 재난 경험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2007년 재난심리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턱수염 덕분에 재난지원상담 현장에서 ‘털보 아저씨’로 불린다는 최 회장은 지난 1월 재난심리지원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최 회장과 전남센터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 지역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등의 심리지원 활동을 벌여 그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했다.

 

왜 재난을 당하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걸까요?

“사람들은 재난을 당하면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일상이 일순간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옷을 벗고 알몸을 드러내면 수치심을 느끼듯이 재난을 당하면 나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무기력감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존감이 깨집니다.”

 

외국의 경우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과 같이 많은 인구가 재난을 당하는 자연재난이 적은 대신 인적재난이 빈발합니다. 규모가 작아 대처가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자연재난은 대비훈련을 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폭발사고 등 인적재난에 대해서는 훈련을 하고 마음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적재난은 재난 경험자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요.

“평소에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의 힘이 있다면 재난을 경험해도 잘 극복합니다. 하지만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후유증이 심합니다. 갑자기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가 직장도 그만두면 아이는 가출을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치유하지 않으면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남센터에서는 지난 3월 발생한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 중이라는데.

“당시 사고로 부상을 입은 분들의 마음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신체적 부상은 입지 않았어도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피해자들의 아픔이 더 큽니다. 이미 경제적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닥친 재난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에 대한 적대감, 소외감이 대단히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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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의 가족들도 힘들겠군요.

“여수산단 피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젊은 가장이거나 결혼을 앞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되찾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면 가족들의 생계가 흔들립니다. 한 화상환자 자녀의 경우 아버지가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이후 무기력감, 자책감에 시달리고 엄마의 불안정한 모습 때문에도 불안감이 가중되어 청소년상담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도록 연계해주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재난을 꼽으신다면.

“지난해 태풍 볼라벤 피해를 입은 전남 장흥군의 피해현장입니다. 태풍이 불어 밤사이에 집들이 날아가버렸더군요.”

 

농촌지역 재난의 특징은.

“도시는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이 많아 촘촘한 안전망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사람이 적습니다. 또 농촌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 가운데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녀들과 소원해진 경우가 적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갈등과 소외가 더 극명해지는 것이지요.”

 

가족이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큰 두려움과 공포는 상상 속에 있어요. 재난을 당해 주변과 접촉이 끊겼을 때 상상 속 공포가 극대화됩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족입니다. 재난을 당한 가족이 있다면 2,3일 정도는 휴가를 내어 같이 있어 주어야 합니다. 외로운 농촌 어르신들은 저와 같은 상담자들만 만나도 좋아합니다. ‘얼마나 놀라셨어요’ 하면서 잡아드리는 손, 그것만으로도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난을 당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내가 가족을 잃었을 때 국가가 내 가족이 되어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재난 극복은 더 쉬워집니다. 안전이란 국가에 대한 믿음입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연계되어 하나의 공동체로 재난에 대비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재난 대비가 없습니다.”

글·박경아 기자

문의 전남재난심리지원센터 ☎ 061-330-2875

소방방재청 예방총괄과 재난심리지원 담당 ☎ 02-210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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