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색색으로 칠한 마을은 장맛비에 더욱 선명히 빛났다.
골목을 돌 때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집들이 반겼다. 곱게 칠한 벽면에는 개성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공작소 창고에는 풍차와 해바라기가, 극단 건물에는 장미를 든 처녀가 담장을 채우고 있었다. 집주인을 그려놓은 벽화도 있었다.
깨진 도자기 조각과 장난감 블록도 벽면을 수놓았다. 인천 남구 숭의동 우각로 문화마을은 흡사 한 편의 그림 같았다.
그저 걷기만 해도 다음에 펼쳐질 풍경을 기대케 하는 매력이 있었다.
우각로 문화마을은 인천 남구 숭의동 109번지 일대에 조성돼 있다. 2011년 겨울 이 지역에 예술인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문화마을’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작가·화가·도예가·영화감독 등 예술인들의 영역도 다양했다. 몇몇은 거주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작업 장소로 쓰기도 했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18명의 예술인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그들만의 감각으로 1년 반 동안 조금씩 마을을 바꿔나갔다. 밋밋하던 건물을 색색으로 페인트칠하고 벽화를 그렸다. 마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림·도예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타자 우각로는 문화마을로 거듭났다. 주중·주말에 찾은 방문객들의 셔터 소리와 감탄사가 이어진다.
마을로 향하는 길이 소뿔 모양처럼 굽었다 해서 지은 이름이 ‘우각로’다. 그 이름처럼 마을에 얽힌 사연도 굽이굽이 고생길. 15년 가까이 재건축이 지연되자 우각로 마을 주민들 대다수가 떠났다.
빈집이 늘어갔고 어느새 마을은 우범지대가 돼 있었다. 빈집은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사람들로 쓰레기통이 되어갔다.
집집마다 쌀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동네에 남은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재건축은 요원하고 뾰족한 해결 방법은 없었다.
2011년 겨울 무렵 보다 못한 인천 ‘남구의제21실천협의회’와 지역의 예술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남구의제21은 인천 지역의 행정과 기업, 시민이 협력해 지역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다. 우각로 문화마을 사무국장인 오은숙씨는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논의하다 빈집에 들어가 살아보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빈집이지만 저마다 주인이 있어 협의가 필요했다. 50통 이상 주민들과 통화한 끝에 빈집 15채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예술인들도 월세를 줄일 수 있어 서로 이익이었다.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에서 처음 마을 살리기 나서
쓰레기 악취로 가득했던 빈집은 조금씩 바뀌어갔다. 막힌 벽을 허물어 두 집을 잇기도 하고 문을 부숴 다시 달기도 했다.
페인트칠을 한 벽면에 재주 많은 예술인들은 그림을 그렸다.
일손이 많이 필요해 지역 청소년·대학생들이 한 번씩 봉사활동을 오기도 했다. 오씨는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없어 한겨울에 도원역까지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을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빈집이 공예방으로, 영화제작소로, 작은 도서관으로,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대낮에도 다녀야 했던 경찰의 순찰도 사라졌다. 문화마을로 알려지자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다른 지역의 관공서에서 좋은 사례로 꼽으며 탐방을 하기도 했다.
마을을 바꾼 예술인들과 동네 주민도 스스로 이룬 변화에 보람을 느끼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33년 동안 우각로에 거주한 김선자씨는 “낙후된 우범지대에서 사람들이 찾는 동네로 바뀌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도예 공방에서 도예품을 만들며 주민들을 가르치는 유은정씨는 “연극인인 남편을 따라왔는데 열악했던 환경을 제 손으로 바꿔가는 일이 재미있다”고 우각로에 사는 소감을 밝혔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목공예품을 만드는 이성민씨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수입에 도움이 될 수익 사업도 구상 중이다.
마을 운영 사무실의 1층 공간은 카페로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예방에서 만든 도예품들을 지역 방문객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우각로를 상징하는 소뿔 모양의 화분·컵 등을 제작하는데 반응이 좋다. 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마련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돼 지금의 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글·남형도 기자 /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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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