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육아공동체가 문화마을로 지역주민들 모두가 예술가

1

 

‘성미산로 6길’이라고 쓰인 팻말이 달린 골목 초입에 가면 ‘작은나무’라는 아담한 카페가 있다. 성미산공동체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내서 만든 카페다.

늦은 오후 이 작은 카페에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가방을 둘러메고 들어와 과일 주스를 주문했다. 카페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앉아 있던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작은나무’ 옆 큰길 가에는 ‘두레생협’과 ‘동네부엌’이라는 반찬가게가 나란히 있다. 두레생협에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동네 주부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성미산로 6길’ 팻말을 따라 들어선 골목길에는 ‘마을극장’과 ‘소행주’(소통과 행복이 있는 주거공간)라고 쓰인 작은 간판이 걸려 있는 공동주택도 보인다. 작은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정겨움이 느껴졌다. ‘성미산마을’ 공동체가 있는 동네 풍경이다.

‘성미산마을’은 행정구역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을 행정구역으로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공동육아·문화 커뮤니티를 통칭해 ‘성미산마을’이라고 부른다.

1994년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처음 시작한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어린이집의 전세금을 마련하고, 직접 운영에 참여했다. 지금이야 지역별로 공동육아가 보편화됐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간 아이들은 이제 성년이 됐고 성미산마을 공동체 역시 성장했다. ‘육아공동체’를 넘어 다양한 문화 커뮤니티를 갖추며 외형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전문 연극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단원으로 활동하는 성미산극단 ‘무말랭이’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지역축제 때 성미산 마을극장 무대에 연극을 올린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가하는 문화활동 동아리는 ‘무말랭이’ 극단 말고도 다양하다. ‘진동’이라는 주민 노래패와 성미산풍물패, 성미산 어린이합창단, 울림두레생협 합창단 등이 있다. 주민 밴드로는 ‘아마(아빠·엄마의 준말)밴드’와 ‘7013B’가 있다. ‘7013B’는 성미산마을 공동체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버스 번호다.

사진 동아리인 ‘동네사진관’의 멤버들은 지역축제 때 사진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밖에 직장에 다니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아빠들이 만든 독서모임 ‘이런저런’도 있다.

최근에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감독·주연을 맡은 독립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기도 했다. 이 지역의 주민인 강석필씨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은 이 영화는 2010년 마을 주민들이 개발 위기에 몰린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담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오프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가 입소문을 타자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수시로 마을 견학을 오고 있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견학 프로그램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관련 일을 진행하는 단체인 ‘사람과 마을’을 만들었다. 이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마을 견학을 진행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사람과 마을’에 마을 전반에 대한 소개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글·박미숙 기자 / 사진과 지도·성미산마을

‘사람과 마을’ 인터넷사이트 : cafe.daum.net/sungmisanpeople

2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