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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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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 최남단인 제주 마라도. 여기서 다시 서남쪽으로 149킬로미터 망망대해를 항해하면 다소곳하면서도 용맹스레 자리한 수중 암초가 나타난다. 이어도다. 파랑도(波浪島)라고도 한다. 제주도민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곳을 ‘환상의 섬’ ‘신비의 섬’으로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정부는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면서 각종 연구사업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평소에 흔히 보던 새 한 마리도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위치해 동·식물을 찾아볼 수 없거든요. 섬처럼 바위나 흙이 있어서 동·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요. 체류기간이 1주일 정도 지나면 그리워지는 게 많아지기도 합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유학렬(41) 주무관의 말이다. 그는 연간 수십여 차례 이어도와 육지를 오가며 해양 연구를 맡고 있다. 겨울철인 지금은 상주하지 않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날 만큼 이어도에서의 감흥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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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날아온 비둘기도 반가운 절해고도 생활

유 주무관은 “지난번엔 체류하는 동안 멧비둘기 몇 마리가 (이어도를) 찾았는데 먹이를 던져줄 사이도 없이 급히 떠나는 그들을 보면서 좀 더 머물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비둘기들을 보고 나니 평소 연락을 자주 나누지 못했던 소중한 친구들 생각이 나서 기지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도 기지에 체류하는 동안 자기성찰의 시간이 많아져 성숙해진다던 선배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연구인원들은 제주 서귀포항에서 2011년 준공된 ‘해양누리호’ 선박을 타고 이어도에 들어온다. 승선 인원 25명, 선속 30노트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90톤급 해양조사선이다. 그래도 4시간이나 걸린다. 조사 장비와 식수·부식 등의 보급품이 같이 따른다. 이어도 기지에 도착해도 할 일은 이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운영 서버실’과 CCTV 작동 상태부터 확인합니다. 기지 인근에서 순찰 중인 해경 함정과는 통신을 통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해상 상태, 기지의 이상 유무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죠. 식사는 식당 겸 세미나실에서 직접 해결합니다. 체류 연구자들끼리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합니다. 요리 실력이 좋을수록 인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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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인 해수부 국립해양조사원 이충환(55) 사무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가 전하는 기지 생활은 흥미진진하다. 예컨대 해상 상태가 나쁜 날에는 연구인원 모두 기지 숙소 안에 꽁꽁 묶여 있게 된다. 이때는 세미나실에서 각자 연구했던 내용을 발표·토론하는 시간을 갖거나 서로 취미와 인생관을 논하며 허물없는 친구가 된다. 저녁에는 TV 드라마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평소 드라마 한번 보지 않던 사람도 여기 와서는 푹 빠진단다.

“기지에서 해양조사를 실시할 때는 다른 기관 소속 연구자들도 많이 옵니다. 다 같이 힘을 합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최선을 다해 교류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정도 많이 들죠.”

연구인원 가운데 젊은 김진권(31) 주무관의 말이다. 그는 2013년 한 해를 돌아보며 기지 시설이 개선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기지관리 서버 이중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시스템은 서버를 복수로 운영한다. 이때문에 한 쪽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즉시 다른 서버로 대체 가동할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도 연중 중단없는 이어도 기지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기지운영 서버실’은 기지의 핵심 시설이다.

모든 기지 시설과 해양자료를 관리하는 곳이다. 원격으로 기지의 모든 상태를 파악·관리하는 한편 기지에서 생산되는 모든 관측자료를 위성통신으로 국립해양조사원과 사용자들에게 전송한다. 침입자 자동감시, 태양광·디젤발전기 상태, 유류 소모량 등도 감시할 수 있다. 서버실이 보강되면서 연구인원들도 안심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들에게 새해를 맞는 소감을 묻자 “해양연구 전초기지로서 위상을 굳건히 세워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답변(이충환 사무관)부터 돌아왔다. 김진권 주무관도 “양질의 관측 자료를 결측 없이 잘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자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도를 지키는 사람으로서 자긍심도 남달랐다.

유학렬 주무관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 확대되면서 이어도 기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국민들에게 많이 홍보가 돼 뿌듯하다”며 “이어도 기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역할과 기대감이 커지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계 해양·기상학자들이 우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글·이창균 기자 / 사진·해양수산부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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