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서로 알게 되면 편견이 블랙홀로 쏙~

1

 

3서울 불광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정상우(11)군은 다른 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다. 외국인 친구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무슨 놀이를 하며 노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리진 않는다.

정군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은평구립도서관 다문화자료실이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다문화자료실에는 국제결혼 이민자 및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 가족을 위한 2,4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또한 정군처럼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국인들을 위해 전 세계 국가의 역사·문화 등을 소개한 책부터 중국어, 필리핀어, 베트남어 등 각 나라 언어로 된 도서가 마련돼 있다.

은평구립도서관 다문화자료실은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비치하는 것 외에도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많이 펼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들이 풍부하다.

특히 미국에 관심이 많은 정군은 “이곳에는 나라들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많고, 만화로 설명이 돼 있어 이해하기 쉽고 재밌다”고 말했다. 정군은 주로 미국, 일본, 태국 등의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지난 8월부터 은평구립도서관은 결혼이주여성과 동화구연 전문가가 함께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그림책 진짜로 읽는 우리 엄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번 참여하는 인원은 다르지만 평균 20여 명의 아이들이 동화 구연을 듣기 위해 도서관에 온다.

2006년 중국 난징에서 시집 온 왕루이란(34)씨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곱살짜리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왕루이란씨는 “아직 한국어를 잘 못해 아이들 앞에서 더듬더듬 동화책을 읽어야 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딸이 너무 좋아한다”며 “아이는 말을 매우 잘하는데 엄마가 그만큼 잘하지 못해 걱정이 되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동화도 읽어주면서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2

 

부모 1 대 1 멘토링·영어 뮤지컬 등 프로그램도 다양

지난 8월부터 은평구립도서관은 ‘학부모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결혼이주여성들과 1 대 1로 멘토·멘티를 맺어 자녀 교육에 대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이화여자외고 학부모와 결혼이주여성 각각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왕루이란씨는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이미숙(43)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엔 이미숙씨가 직접 왕루이란씨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숙씨는 “왕루이란씨는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좋은 엄마”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아직 언어가 서툴러서 그런지 아이를 키울 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제일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가 내년엔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하는지, 입학 전에는 어떤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제 경험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요. 서로 언어는 달라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잖아요.”

은평구립도서관은 ‘학부모 멘토링’ 서비스 외에 다문화가정 자녀와 내국인 자녀들이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 1월부터 이화여자외고 학생 20여 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 5명과 함께 ‘레미제라블’ 영어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이미숙씨의 자녀 이지은(17)양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양은 “다문화가정 동생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대본을 알려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들 즐거워해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떻게 애들한테 다가가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뮤지컬 이야기를 하고, 웃고 떠들면서 애들이랑 전보다 훨씬 친해졌어요. 처음엔 생김새만 보고 우리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안 들고, 다들 제 동생 같아요(웃음).”

글·김혜민 기자 2013.09.16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