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독특한 문화유산 우리의 보자기에는 몬드리안이 있고 폴끌레도 있다. 현대적 조형감각을 유럽보다 훨씬 앞질러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 표정은 그지없이 담담하다. 마치 잘 갠 우리의 가을하늘처럼 신선하다. (중략)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한결 따뜻하게 하고 한결 가깝게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그대로 우리의 가슴에 와 닿으면서 고금을 넘어선 세계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 배달 겨레가 간직한 겨레의 슬기가 아니었던가?”
꽃의 시인 고(故) 김춘수(1922∼2004) 선생은 그의 시 ‘보자기의 미학’에서 우리 고유의 보자기가 가진 매력을 이렇게 노래했다.
고운 빛깔의 천 위에 한 땀 한 땀 정성이 깃든 자수, 어떤 내용물이든 넉넉하게 감싸고 보듬을 것 같은 따뜻함과 여유로움, 부드러운 선에서 전해져오는 여성스러운 미(美)와 소박한 정. 김춘수 선생이 노래했듯이 우리의 보자기는 묘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단순히 물건을 덮거나 싸던 천 조각 이상으로 보자기에는 정(情)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혼이 담겨 있다.
터키에도 우리의 보자기와 같이 터키인들의 정서와 미를 품은 것이 있다. 예부터 물건을 포장하는 용도로 사용돼온 ‘보흐차’가 바로 그것이다. “보자기에는 고금을 넘어선 세계성이 있다”는 김춘수 선생의 말을 증명하듯 보자기와 생김새도, 이름도 비슷한 보흐차는 보자기와 유사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보자기와 보흐차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었다. 1976년부터 자수, 보자기 등 한국의 규방문화를 알려온 한국자수박물관은 7월 27일까지 터키 앙카라 국립회화건축박물관에서 ‘보흐차와 보자기의 만남展’을 개최한다. 주터키 한국문화원과 한국자수박물관, 터키 문화관광부 및 앙카라 올군라쉬마 직업학교가 공동으로 여는 이번 전시는 올해 ‘한국·터키 문화교류의 해’를 맞이해 보흐차와 보자기의 유사성과 아름다움을 선보이고자 마련됐다.
이번 기획전에는 한국자수박물관이 소장한 관련 유물 44점과 앙카라 올군라쉬마에서 소장한 보흐차 관련 유물 12점이 전시되고 현대에 제작한 터키 보흐차 8점도 선보인다. 30여 년간 한국자수박물관은 세계 유수한 박물관에서 보자기와 자수전을 개최해 왔으나, 터키와 한국의 보자기를 함께 비교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금을 넘어선 세계성’ 비교전시 통해 확인
본래 보자기는 물건을 싸는 작은 천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보(褓)는 물건을 싸거나 덮어 씌우기 위해 네모나게 만든 천으로, 작은 보를 일컬어 보자기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보와 같은 음인 복(福)이 보자기를 이르는 말로 쓰였다. 그래서일까? 보자기는 타인의 복을 빌어주는 의미를 지니기도 했는데, 혼례용 보자기가 대표적이다. 예부터 우리의 어머니들은 딸을 시집보내며 혼수품을 보자기에 싸서 보내곤 했다.
터키의 보흐차 역시 정사각형의 직물로 한국의 보자기와 쓰임이 매우 유사하다. 보통 비단이나 면실유를 이용해 만드는데, 조각을 이어 붙인 조각 보흐차나 색색의 자수로 모양을 낸 자수보흐차 등은 우리의 보자기와 흡사한 면이 많다. 보자기가 혼례나 귀한 손님에게 선물을 전달할 때 사용되었듯이 보흐차도 복을 기리는 의미를 지닌다. 터키에는 주로 약혼식이나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신부가 신랑에게 예물을 전달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때 보흐차가 사용됐다. 이처럼 보자기와 보흐차는 외관은 물론 기능적인 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
다만 이 둘에 차이가 있다면 보자기는 자수의 형태나 색감으로 볼 때 단아하고 소박한 느낌이 강한 반면 보흐차는 비잔틴 문화의 전통답게 보자기보다 화려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와 같이 형제의 나라 한국과 터키의 대표적인 직물 보자기와 보흐차의 유사한 정서와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글·백승아 기자 / 사진·한국자수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89-4 4층
☎ 02-515-5114 www.bojagi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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