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억을 더듬어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의 나는 책에 대해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책에 빠지게 된 것은 수필 한 편을 읽고 난 이후부터다. 고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에 읽은 양주동 박사의 <면학의 서>가 그것이다.
<면학의 서>의 내용은 내게 충격이었다. 양주동 박사는 책을 살 돈이 없어 남의 책을 베껴 공부했고, 넉넉하지 않은 조건임에도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만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다. 나아가 ‘3인칭’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자 수십 리의 길을 걸어 궁금증을 해결한 후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는 내용은 내게 배움이 하나의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게임 중독에 빠져 있던 나는 무엇을 위해 게임을 하는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없었던 하루 하루였다. <면학의 서>는 내게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나침반과 같았다. 이 수필을 모두 읽은 후 나는 글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나아가 많은 것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다니던 숭문고등학교는 도서관이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 다양한 책이 있었기에 읽고 싶은 욕구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운명과 같았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은 읽기를 넘어 쓰기에 대한 나의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작문을 가르쳤던 담임선생님은 중간고사 과제로 ‘나만의 책 쓰기’를 제시했고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고민하도록 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내가 진정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었고 쓰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나는 임진왜란의 상승장군이었던 정기룡 장군에 대해 쓰겠다고 다짐한 후 정말 미친 듯이 자료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있던 열정을 발견했다. 조금씩 완성되는 ‘나만의 책’을 보며 행복을 느꼈다. 6월 초 무렵, 드디어 책을 완성했다. 나의 노력으로 하나의 결실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나의 수필을 읽고, 한 권의 책을 완성하며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를 발견하면서 사는 인생은 하루 하루가 값진 인생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며,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학창시절 수많은 고민과 싸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면 핑곗거리 찾기에 바쁘다. 명분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추구해야 할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패배에 익숙한 나에게 그 과정은
패자부활전과 같았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책은 나에게 이 같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나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글·강태환 강원대 철학과 2년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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